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대관령이다. 평일인데도 전국에서 모인 산객들로 등로 초입은 만원이다.
대관령에서 출발하여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거쳐 오목골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일 미터가 넘게 쌓인 눈 때문에 등로는 외길이 돼버렸다. 러셀이 안 된 곳은 발길을 내딛기 겁날 정도이다.
제왕산 가는 단체 산행객들 틈에 끼이는 바람에 2 킬로 미터 이상의 알바를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고루포기산은 포기하고 능경봉에서 돌아선다. 다리 뻐근한 심설 산행을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제왕산 가는 산객들 틈에서 빠져나와 과감히 새로운 길을 러셀하며 돌아설 때는 잠깐이나마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행이다. 화려한 눈꽃 세상을 구경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군중에 휩쓸려 부초처럼 흐느적거린 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무척 부끄럽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흘러가는 그 방향이 자신에겐 옳은 길이 아닐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다.
눈 풍경을 촬영해보겠다고 설치는 바람에 산행에 집중하지 못한 건 크게 반성할 일이다.
눈이 오락가락하고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좋은 그림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어느 때보다 풍성한 눈 구경을 원 없이 했다는 것에 자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1. 제왕산으로 향하는 산객들. 수십 명의 단체 산행객들 틈에 끼여 등로를 선택하기가 힘들었다.
2. 대관령 휴게소에서 능경봉으로 향하는 초입. 산객들로 붐빈다.
3. 눈이 많이 쌓인 산길은 추월이 힘들다. 러셀로 다져진 등로에서 벗어나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3. 선두가 러셀하는 동안이나 중간에서 사진 촬영으로 지체되면 뒤따르는 이들은 기다려야만 한다.
4. 우측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능경봉이다.
5. 러셀된 등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 미터 넘게 눈이 쌓여있다.
5. 제왕산 가는 길 중간의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다. 파란 하늘이 아쉽다.
6. 능경봉을 가기 위해 돌아서는 길 중간에 한 컷. 알바하는 길은 심리적으로 힘겹다.
7. 이 표지판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2 킬로 미터 이상의 눈길을 알바해야 했다.
8. 능경봉 오르는 길이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가파른 오르막도 거의 없었는데...
9. 알바를 하지 않았더라면 백두대간 길인 이 길을 계속 진행하여 고루포기산을 찍었을 것이다.
10. 능경봉 정상에서 만난 까마귀.
11. 눈이 많이 쌓인 등로는 아이젠을 착용해도 바닥이 모래사장처럼 불규칙하여 진행이 힘들다.
12. 능경봉에서 하산하는 산객들. 순백의 세상에 사람만이 새로운 색상이다.
13. 이보다 더 화려한 눈꽃은 근래에 보지 못했다.
14. 고루포기산을 포기하니 시간 여유가 많아 사진찍기 놀이 중이다.
15. 스틱 길이가 130 센티미터인데... 거의 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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