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많지 않지만 불암산은 새하얀 눈으로 화장했다.
모처럼 낮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온 포근한 주말이다. 아이젠을 착용한 신발 바닥에 자꾸 눈이 뭉친다.
하얀 눈이 덮인 바위 사면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탓인지 어느 때보다 깨끗해 보인다.
슬랩에 뿌리를 박고 사는 노간주나무의 기상이 눈 덮인 평원 위의 키 큰 전나무 못지 않다.
평소엔 돋보이지 않던 노간주나무의 의연함을 알려주기 위해 하늘은 하얀 눈을 내린 것이 아닐까.
소복히 내려앉은 눈은 상계동 달동네의 지붕마저 아름답게 단장해준다.
고단한 서민들의 삶에 어려있는 상처까지 덮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 덮인 달동네를 바라보니 따뜻한 지중해의 휴양지 산토리니 섬의 하얀 집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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