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도봉산 눈길 걷기 - 2013년 1월 5일

빌레이 2013. 1. 5. 20:46

어제의 북한산 눈길 걷기가 끝났던 지점인 우이동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도봉산 우이능선을 따라 천천히 음미하듯 눈길을 오른다. 기온은 여전히 낮지만 바람이 거의 없고 햇볕은 강해서 산행이 즐겁다. 이곳에 올 때면 쉬곤하던 테라스를 오르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암벽에 기대어 햇볕바라기 하는 맛은 특별하다.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좋다. 추울 때 더욱 소중함이 빛나는 햇볕과 함께 조용한 산속의 정취를 즐기며 친구와 함께 나눠마시는 차 한 잔은 행복 그 자체이다.

 

상장능선 너머의 영봉과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를 잇는 북한산의 하늘금이 오늘따라 더욱 살갑게 느껴진다. 어제 그 산속을 거닐며 가까이 그들의 숨결을 느꼈다는 것이 친밀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매바위와 우이암을 돌아 나가는 오솔길은 한산하다. 그만큼 눈길 위의 발자국도 드물다. 햇볕이 들지 않는 북사면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심산에서 즐기는 눈 산행의 묘미를 느껴본다. 길은 이어져 도봉주능선에 도착하니 산객들로 붐빈다. 주말의 도봉산 노멀루트는 항상 만원이다. 도봉주릉을 버리고 보문능선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보문능선에서 바라보는 도봉주릉은 언제봐도 멋지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하늘금은 뜀바위, 칼바위, 주봉 등을 지나 우이암에서 정점을 찍는다. 바위 사면에 군데군데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습이 겨울산의 운치를 더해준다. 세 개의 가지가 밑동부터 골고루 잘 자란 소나무가 이채롭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어두운 구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격한 경쟁보다는 화합하여 상생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글면 좋겠다. 세 개의 가지가 골고루 멋진 소나무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보문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계곡의 얼음이 보고싶어 문사동 계곡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계곡은 얼었지만 맑은 물은 쉼없이 흘러내린다. 인공빙장이든 자연빙폭이든 수직의 빙벽만을 오르내리는 우리네 빙벽등반 문화가 답답해보인다. 빙벽등반 장비를 활용하여 얼어붙은 계곡을 탐험하는 등반 형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만간 실행에 옮겨봐야 하겠다. 이틀 동안 북한산과 도봉산의 눈길을 이어서 트레킹한 것으로 새해의 첫 산행을 즐겼다는 것에 만족스런 기분이다.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겨울 산행에 더없이 좋은 날씨가 계속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새해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