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코스 : 화방재-사길령-유일사휴게소-장군봉-천제단-망경사-번재-당골주차장
* 산행 시간 : 오전 11시 30분 경 출발, 오후 4시 경 도착 (휴식 포함 4 시간 30분 소요)
겨울 눈꽃 산행지로 가장 인기있는 태백산에 다녀왔다. 가고싶은 마음은 컸으나 주말이면 산객들로 붐비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산행지이다. 독일 출장을 앞두고 있기에 가벼운 눈꽃 산행지로 산수산악회의 선자령 상품을 예약했으나 성원이 되지 않아 츼소되었다. 할 수 없이 같은 산악회에서 가는 태백산으로 목적지가 바뀐 곡절이 있었다. 영하 15도의 강추위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태백산에도 평소 주말보다는 등산객들이 적은 것 같다.
산악회에서 대절한 버스는 우리를 화방재에 내려준다. 화방재는 함백산과 태백산 줄기를 가르는 고개로 백두대간에 속한다. 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스패치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태백산 방향으로 오른다.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을 헤치고 조그만 봉우리를 돌아나가니 사길령 매표소이다. 사길령부터는 임도처럼 넓은 산길이지만 눈이 많이 쌓여 오솔길처럼 된 비탈길을 서서히 오른다. 학기말의 많은 업무량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내심 걱정된다. 대간길을 따라 오솔길처럼 이어지는 눈길은 눈꽃 산행의 운치를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유일사 매표소 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객들과 합류하는 지점부터는 부쩍 사람들이 많아진다. 컨디션 좋지 않은 몸은 추위를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손발이 시려워 동상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능선 찬바람은 매섭다. 장갑을 바꿔 끼려다 도리어 손이 더욱 시려워 죽을 지경이다. 아마도 배낭 속에 있던 장갑이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있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손을 가랑이 사이에 끼고 비비는 등의 응급조치를 취한 후 조금 나아진다. 계속 진행하다 힘에 겨워질 무렵 멋진 주목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그 유명한 태백산 주목을 만나는 순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눈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멋진 그 자태를 감상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인 장군봉이다. 장군봉에서 천제단은 지천이다.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서 갖은 포즈를 취해주다가 날아가는 그 모습이 멋지다. 정상 능선의 바람은 더욱 세차다. 몸이 흔들릴 정도이다. 평소 같으면 문수봉 방향으로의 능선길을 돌아내려갈 생각이었을 것이다. 몸 상태를 감안하여 천제단에서 망경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추워서 간식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하다가 내려오는 길 옆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너무 추운 탓인지 면발이 잘 퍼지지 않는다.
번재에서 당골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으니 편안한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수량이 풍부한 당골 계곡은 눈 속에서도 맑은 물이 세차게 흘러내린다. 이제 시작되는 겨울이지만 계곡은 봄철에 눈이 녹아내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잘 다져진 눈길을 아이젠 차고 걷는 맛이 괜찮다. 당골 광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십여 년 전의 눈꽃축제 기간에 와보았던 당골은 그다지 변한 모습은 없어 보인다. 좋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태백산에서의 첫 산행이 멋진 눈꽃 산행으로 기억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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