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을 즐길 때는 바위가 좋아지고 걷기 산행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어진다. 암벽에 집착할 경우 자칫하면 산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놓치기 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발목 수술 이후 바위가 무서워지고 재활을 위해 흙길을 오래 걷는 마루금 산행을 주로 하다보니 걷기 산행의 매력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비박 산행이 아닐지라도 산길을 오래 걷는 것이 좋았다. 이 시기에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걷는 자의 꿈, 존 뮤어 트레일>이란 책을 발견하고 바로 대출한지 벌써 달포가 넘은 것 같다. 존 뮤어 트레일은 줄여서 JMT라 부른다.
작년 여름 요세미티 구석구석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존 뮤어의 짙은 숨결을 느낀 기억이 새로워지는 이 책을 짬나는대로 읽었다. 요세미티 가기 전에 읽었던 존 뮤어의 <마운틴 에세이>처럼 야금야금 천천히 읽어도 좋은 책이었다. 358 킬로미터에 이르는 JMT를 17박18일 일정으로 네 사람이 한 팀이 되어 걸었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기에 단숨에 읽는 것보다는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저자인 신영철 작가의 글은 경쾌하고 꾸밈이 없어 좋다. 사진작가인 이겸의 사진은 JMT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느낌을 충분히 전해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재미 교포인 하워드를 리더로, 화가 김미진, 사진가 이겸, 여행작가 신영철, 이 네 사람이 한 팀이 되어 JMT를 두 발로 체험한 사실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그때 그때 찾아드는 생각과 느낌이 잘 표현된 이 책은 여러 면에서 가치 있는 지식을 전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JMT를 걷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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