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았던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좀 지친 것 같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었습니다.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봅니다. 간밤의 봄비로 대지는 촉촉히 젖어 있습니다. 소사나무 분재엔 연초록 새 잎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 보드라운 새싹이 피어나는 것에서 생동감이 전해져옵니다. 나목도 살아있는 생명이지만 이파리와 함께 공존할 때 아무래도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우리네 삶도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일 때 더욱 생기 있고 활기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름 사이로 햇볕이 고개를 내밉니다. 비온 후의 신선함과 봄볕의 포근함을 느껴보고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지난 주 산행 후 방치해 두었던 배낭을 별 점검 없이 둘러메고 어쩔 수 없이 산으로 향합니다. 상계역에 내려 점심을 사먹고 난 후 불암산 둘레길에 들어섭니다. 덕릉고개로 향하는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가끔은 불암산 주능선 쪽으로 올라보기도 합니다. 바위 타기를 즐길 때 구석구석 다니던 불암산은 동네 놀이터처럼 익숙합니다. 촉촉한 물기 머금은 솔잎으로 덮인 오솔길을 밟는 느낌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불암산 비탈을 오르내리다가 덕릉고개를 넘어 수락산으로 접어듭니다.
멀리서 보면 바위로 뒤덮인 불암산과 수락산은 부드럽고 걷기 좋은 오솔길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습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아니라 외강내유인 셈이지요. 덕릉고개에서 수락산 주릉에 이르는 솔숲길은 정말 걷기 좋은 흙길입니다. 오르는 길 중간의 테라스에서 굽이굽이 돌아 걸어온 불암산 둘레길의 궤적을 가늠해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치마바위 아래에서 청학리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하산합니다. 이 능선도 바위가 거의 없는 산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암벽등반을 즐겼던 내원암장 부근의 대슬랩을 굽어보기에 좋은 전망대가 많으니 눈까지 즐거운 길입니다. 토요일 오후 다섯 시간 동안의 편안한 산길 걷기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는 조병화 시인의 싯구가 떠오릅니다.
1. 상계역에서 불암산 둘레길에 접어들어 걷다가 이 곳에서 산으로 올라봅니다..
2. 불암산 둘레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3. 당고개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팔각정이 있습니다..
4. 불암산 둘레길은 표지판도 예쁜 것 같습니다..
5. 멀리서 보면 화강암 일색의 바위산이지만... 속살은 이렇게 부드럽답니다..
6. 덕릉고개는 불암산과 수락산의 경계입니다... 스마트폰이 말썽을 부려서 수락산은 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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