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강동역의 4번 출구로 나오면 중앙차로에서 검단산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하남의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내리면 검단산 입구이다. 검단산은 몇 번 올라본 적이 있으나 용마산까지 이어서 능선길을 걷고 싶은 생각에 일찍 집을 나선다. 아침 8시 30분 경에 검단산 등로 초입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간간히 싸락눈이 내린다.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지만 햇살이 나오기 전까지는 꽤 쌀쌀함이 느껴진다. 개강 이후의 한 두 주는 학기초의 부산함과 강의를 시작한다는 새로운 일상 때문인지 힘겹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한 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길준 선생의 묘지에 이르기까지의 등로는 넓고 잣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일렬로 서있다. 묘지에서 좌측의 소로로 접어들어 조금 오르니 능선길로 오르는 제법 큰 등산로와 만난다. 검단산은 보기보다 오르기 힘든 산이다. 하남시에서 바라보면 검단산은 완만하고 순해 보인다. 하지만 등로는 의외로 가파르고 정상까지 이르는 거리도 꽤 멀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동안의 조망은 훌륭하다. 팔당댐 아래를 흐르는 한강을 시원스레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지천이다. 정상부에는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타고 넘을 수 있는 리지길도 있어 오르느 길이 지루하지 않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한강과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완만한 능선길에 이르면 팔당호의 멋진 풍광이 또다시 눈을 즐겁게 해준다. 햇볕이 간간히 비추는 따스함과 능선의 차가운 바람에서 느껴지는 쌀쌀함이 교차하는 변덕스러움과 질척대는 흙길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산행의 즐거움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다. 검단산 정상은 인파로 가득하다. 정상석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빈다. 비교적 이른 시각인데도 몇몇 회사에서 단체로 온 산객들이 많은 까닭이다. 정상을 벗어나 산곡초교 방향의 산길로 접어든다.
용마산으로 향하는 주능선에서 산곡초등학교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니 비로소 호젓함이 찾아온다. 이제는 간간히 지나는 산객들만 있을 뿐 검단산 정상에서 만난 소란스러움은 없다. 마루금 산행을 오롯히 즐길만큼 산길은 좋다. 흙길의 연속이지만 간간히 얼어 있는 곳이나 진창길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진행한다. 용마산 정상에 이르는 마루금 좌측엔 팔당호가 있고 우측엔 중부고속도로가 자리한다. 왼쪽을 바라보면 한없이 평화로운 호수를 볼 수 있어서 꼭 다도해의 섬산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오른쪽의 중부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들려올 때면 산행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기분이다.
용마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팔당호수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일출 사진 촬영 명소라는 표지판이 있으니 언제 한 번 카메라 장비 둘러메고 출사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년 전 예봉산을 오르던 중 보았던 팔당호의 환상적인 운해와 함께 일출을 용마산 정상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용마산에서 엄미리에 이르는 하산길은 따스한 봄볕과 함께하니 더욱 좋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미리를 지나 남한산성까지 십여 킬로의 거리를 더 이어가기도 한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엄미1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다섯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 검단산과 용마산 이어 타기는 호수를 조망하며 순한 흙길을 걷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대상지이다.
1. 검단산 등로에는 팔당댐 아래를 흐르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가 많다..
2. 검단산 등로 초입은 드넓은 임도... 소나무와 잣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서있다..
3. 등산 초기엔 싸락눈이 날렸다..
4. 가파른 등로를 올라 뒤돌아보면... 팔당대교와 한강의 시원한 물줄기가 펼쳐진다..
5. 바윗길로 오르다보면 두세 명이 쉴만한 아지트가 곳곳에 있다..
6. 오랜만에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타고 넘어본다... 뒤로는 미사리 조정경기장도 보인다..
7.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자리한 산은 예봉산..
8. 검단산 정상 조망... 팔당댐, 두물머리, 팔당호수가 한 눈에 들어온다..
9. 산곡초교 방향으로 하산하여 뒤돌아본 검단산 정상..
10. 용마산에 이르는 산길 왼쪽은 팔당호의 평화로움이...
11. 검단산과 용마산을 잇는 마루금은 전형적인 흙길의 연속... 큰 나무들도 많다..
12. 용마산 정상석이 소박하다..
13. 용마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팔당호... 여기가 일출 명소라고..
14. 용마산 정상의 이정표... 검단산 정상에서 용마산 정상까지는 3.7 킬로라고..
15. 엄미리와 남한산성으로의 하산길 이정표... 남한산성까지 걷는 이들도 있다..
16. 엄미리의 굴다리 낚시터 근처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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