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빌레이 2009. 5. 26. 17:16

우리는 지난 송년회 때 "왜 사는가?"의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부끄럽게도 내가 많이 떠들었던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보다 훨씬 삶을 많이 살아낸 형들 앞에서 지껄였던 건 편안함 때문이다.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 종교적 신념 등을 말할 때 갈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젊은 날의 겁없던 나의 초상은 철학적 확신에 차 있었다.

지금의 나는 기독교적 확신에 차 있지만 믿음은 순수하지 못하다.

삶의 본질은 간단치 않다는 것, 상대적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혼돈스럽다는 것이 아닐까.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에 의해 살아간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요즘 수학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삶>.

여기에 등장하는 기라성 같은 수학자들의 뒷 얘기는 내게 아주 아주 흥미롭다.

여자에게 버림받고 자살하려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느라

자살할 것도 잊어버린 사람의 얘기 등과 같은 일화가 수도 없이 많다.

 

죽어서는 예전의 대수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죽음마저도 기쁨으로 맞이했던 순수한 사람들의 얘기는 나를 감동시킨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증명하는 것이

하나님의 비밀노트를 훔쳐보는 것과 같은 기쁨이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감지된다.

 

내가 이런 위대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말직이나마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내 마음 밑바닥엔 항상 수학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는 걸 나는 요즘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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