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를 마친 오후에 산에 가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가지 못했습니다.
산에 가지 못하게 한 비가 싫지는 않았습니다. 가뭄 속의 단비이기 때문입니다.
비 속을 걷고 싶어 아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갔습니다.
명동의 롯데백화점을 구경했습니다. 세일기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십여년 전에 명동에 나와본 이후로 처음의 명동 외출인 것 같습니다.
백화점은 많이 커지고, 화려한 상품들과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욱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붐비는 속에서 쇼핑을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체질엔 잘 맞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파질 무렵 백화점 윈도우 쇼핑을 마치고 청계천을 거닐었습니다.
큰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천변을 거닐었습니다. 기분이 좀 맑아졌습니다.
연애시절 다정하게 고궁을 거닐며 담소 나누던 그런 호젓한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비록 인공적인 하천으로 재탄생한 청계천이지만 참 좋더군요.
천변의 버들나무 가지와 창포 줄기들이 어릴적 고향의 시냇가를 연상시켜 주었습니다.
징검다리 주변에서 피라미, 버들치, 붕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어떤 곳에선 여울처럼 빠르게, 또 어떤 곳은 호수처럼 잔잔히 흐르는 물길이 정다웠습니다.
서울 시내 한 가운데 이런 정다운 시냇물이 흐른다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동대문에 이르러 청계천을 벗어나 등산 전문점에 들러 쇼핑을 즐겼습니다.
평소 인터넷으로만 구매하던 그 매장을 실제로 가보니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내도 실증내지 않고 잘 참아준 덕택에 요긴한 물건 몇 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즐긴 주일 오후의 시내 외출은 오늘 내린 단비만큼이나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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