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브뤼셀 한인교회에 갔습니다. 브뤼셀 한인교회는 제 신앙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저는 2002년 부활절에 브뤼셀 한인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각별한 곳입니다.
루벤에서 317번 버스를 타고 3번 국도(N3)를 따라 30분 정도 가면 브뤼셀 외곽 지역인 떼뷰런(Tervuren)에 이릅니다.
떼뷰런의 아프리카 박물관 맞은편 아늑한 곳에 브뤼셀 한인교회가 있습니다.
지난 주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금 걸어오다 우연히 탄 버스의 경로가 마을들을 경유하여 루벤에 이르는 것이었습니다.
직선으로 뻗은 3번 국도에 비해 한적한 그 길을 걸어서 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글어스(Google earth)에서 이 경로를 탐색해보니 그럴싸한 트레킹 코스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교회 예배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길을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떼뷰런 공원 숲길로 접어들어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떼뷰런 공원은 드넓은 숲과 아주 길게 뻗은 호수로 이루어진 빼어난 곳입니다.
머리 속에 입력한 트레킹 루트는 떼뷰런, 보쎔(Vossem), 리프달(Leefdaal), 베르템(Bertem), 헤벌리(Heverlee)를 거쳐 루벤에 이르는 것입니다.
자전거 도로 표지판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차례대로 마을 이름을 따라가면 루벤에 이를 것입니다.
떼뷰런 공원의 호수에서 시작되는 시냇물 따라 아주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이 시냇물은 결국 루벤의 내 숙소를 관통하는 운하와 만나게 됩니다.
초행길이라 한두번 길을 잘못 든 것 빼고는 그리 큰 어려움 없이 루벤의 숙소에 당도하니 뿌듯했습니다.
네 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도상 거리로 20 킬로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였습니다.
이제 길이 확실해졌으니 다음엔 좀 더 여유있게 걸을 수 있겠지요.
집에 들어오니 발바닥이 뜨겁고 다리가 뻐근했습니다. 찬물로 냉찜질하고 물 한 잔 들이키니 기분 참 좋습니다.
앞으로 자주 걸어보고 싶은 길을 발견한 것이 기쁩니다. 교회 가는 길이 더욱 즐거울 것 같습니다.
1. 아프리카 뮤지엄... 벨지움은 아프리카 콩고를 식민지배한 적이 있다... 일본의 식민 통치와는 좀 다른 개념 같다는...
2. 아프리카 뮤지엄 맞은편에 위치한 브뤼셀 한인교회... 내 신앙의 뿌리는 여기에서 싹텄다 해도 관언은 아닐 듯...
3. 교회 주일 예배 후 아프리카 뮤지엄 옆의 숲길로 접어든다...
4. 떼뷰런 공원의 숲은 어찌나 넓은지... 아직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이 수두룩하다...
5. 아주 길게 뻗은 호수와 잔디밭이 이어지는 떼뷰런 공원...
6. 떼뷰런 공원을 나와 보쎔부터 시작되는 트레킹 길... 시냇물 옆으로 걷기 좋은 흙길... 자전거도 다닐 수 있는 오솔길...
7. 이 길을 걷는 동안은 어찌나 기분 좋던지...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8. 가끔은 이런 멋진 가로수길도 만난다...
9. 아마 리프달이란 마을 중앙의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던 듯...
10. 트레킹 길에는 노란색과 붉은색 페인트 두 줄이 표시되어 있다...
11. 푸른 나뭇잎이 돋아나 무성해지면 산책로가 더욱 운치 있을 것이다...
12.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자전거 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13. 트레킹 중간의 자전거 도로 표지판... 도상 거리로 루벤과 떼뷰런은 25 킬로미터라는...
14. 아마 할아버지가 손주를 등에 업은 듯... 산책하는 부부를 여럿 만날 수 있었다...
15. 루벤에 거의 다 왔다 싶을 때 만난 마차... 일가족이 마차타고 산책하는 멋진 풍경을 보았다...
16. 자전거를 위한 길을 나는 걸어온 셈... ㅎㅎ... 뚜벅이가 더 좋더라... 사진도 찍고... 들꽃도 보고...
17. 아기자기 이어지던 오솔길은 루벤대학의 아렌베르그 캠퍼스에 이른다... IMEC은 루벤대학에 있는 유럽 최고의 반도체연구소...
18. 이제 익숙한 길이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그 길...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고 운하길은 이 곳에 다다랐다...
19. 발바닥이 약간 후끈거려 나무조각이 깔린 푹신한 길로 돌아간다... 루벤대학 스포츠센터에 설치된 산책로...
20. 이제 다 왔다... 베긴호프... 내 숙소가 있는 곳... 힘들지만 뿌듯한 길이었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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