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땐 아프지 말아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 품을 떠나 타지에서 혼자 살았던 내가 느껴오던 진리이다.
누나와 광주에서 자취하면서 자주 아팠었다. 촌놈이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서울의 대학 시절 때도 지방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동안 몸과 마음이 아팠었다.
몸이 아플 때마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 곁에 가서 며칠 쉬고 오면 괜찮아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해외 생활을 혼자 할 경우엔 더욱 아프지 말아야 한다.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 쉬었다. 몸살 기운에 오한이 좀 느껴졌다.
더 많이 아프기 전에 단도리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깊은 잠이 들지 못하는 생태에서 이런 저런 잡생각이 머리 속을 오갔다.
몸이 좋지 않을 땐 더욱 외로움을 느끼는 법이다. 몸 아플 때 느끼는 외로움은 몹쓸 것이다.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 친구와 직장 동료들 생각도 많이 난다.
왜 나는 서울에 있지 않고 이 곳에 왔을까? 이런 외로움을 느낄 줄 뻔히 알면서.
사람은 확실한 것과 평탄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내 선택은 이런 경향과 반대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학생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반드시 나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는 힘들고 어려운 선택을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선생으로서의 충고를 해주기 위함이다.
고통스런 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하고 더욱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편한 선택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때 그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적절히 불편하고 힘들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영미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 독신으로 사는 그녀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쓴 글이다.
혼자 하는 식사일수록 대충 때우지 않고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서 챙겨 먹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집에서는 항상 밥을 해먹는다. 반찬도 한 가지씩 정성드려 준비한다.
오늘 아침엔 밥에 감자를 얹어 삶아 먹으니 맛있다. 계란후라이도 양파를 썰어 넣으니 더 맛있다.
루벤도 많이 국제화되었다. 예전엔 슈퍼에서 1킬로짜리 프랑스산 봉지쌀을 사먹었었다.
지금은 중국인이 경영하는 아시아슈퍼가 생겨서 10킬로짜리 일본쌀 한 포대를 사 놓고 먹는 중이다.
아시아슈퍼에선 라면은 물론이고 된장과 고추장도 판다.
작가는 외로워져야 감성이 풍부해져서 좋은 글이 나오는 모양이다.
떨여져 있으니 가족, 친구, 직장, 일, 산, 등등 그동안의 일상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그립고 좋아진다.
이러한 감성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떠남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여행이 의미있는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뎌야하는 지금의 내 생활도 돌아갈 집과 일상이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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