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이 부활절이었고, 어제는 부활절 휴일이었습니다. 공휴일 대체 휴일이 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정착되어 있습니다.
학부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부활절 브레이크를 갖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강의가 쉽니다.
하지만 곧바로 있을 시험 때문에 마음 놓고 쉬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연구소는 오늘부터 정상 근무입니다.
부활절 휴일을 즐기기 위해 트레킹 코스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예전에 나뮤르와 디낭 근처에 산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인터넷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디낭 근처에 트레킹 코스가 좋다는 안내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무작정 디낭으로 향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평지에 있는 숲속만을 걷는다면 루벤 주위도 좋은 곳이 많습니다.
등산에 길들여진 제게는 좀 높은 곳이 필요했고 디낭은 그런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혼자서 네 시간 동안의 디낭 주변 산들을 트레킹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디낭(Dinant)은 벨지움의 불어권인 왈로니아 지역에 있는 조그만 도시입니다.
뮤즈강(Meuse River)을 따라 깍아지른 절벽이 연속되어 있고 강변을 따라 아름다운 집들이 들어서 있는 예쁜 도시입니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요새(Citadel)와 노틀담대성당(Collegiate Church of Notre Dame Collegiate Church)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섹소폰을 발명한 아돌프섹스(Adolphe Sax)의 고향이기도 한 디낭은 여름엔 관광객들이 아주 많이 찾는 관광 명소라고 합니다.
새벽 6시 정각에 집을 나서서 루벤역에서 기차타고 브뤼셀 북역에서 갈아탑니다. 디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지난 시각입니다.
썸머타임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디낭 시내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기차타고 오면서 주변 지형을 살펴보았습니다. 나뮤르(Namur)부터 보이기 시작한 뮤즈강 양쪽에 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네델란드어권인 프래미쉬 지역은 대평원입니다. 상대적으로 불어권인 왈로니아 지역엔 높지는 않지만 산야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초행길인 산에 갈 때 하던 버릇대로 지형지세와 방향 감각만으로 산행 경로를 결정하고 무작정 산쪽으로 오릅니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운이 좋게도 만족스런 트레킹 코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리산 둘레길에 코스 표시가 있는 것처럼 이 곳에도 빨강과 하얀색 페인트로 경로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코스가 계속되는 곳은 일자로, 탈출로나 길이 아닌 곳은 엑스자로 표시해두고 있어서 참 편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디낭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뮤즈강변을 거닐었습니다. 강변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산한 시각이 11시 반 정도여서 반대편 능선도 올라보았습니다. 여전히 산책하기 좋은 길이 연속되어 있습니다.
아직 활엽수의 나뭇잎이 나오진 않았지만 숲에는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상쾌함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는 강변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벨지움에서 산악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대로 찾은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디낭의 트레킹 코스를 다양하게 즐겨볼 생각입니다.
1. 디낭역을 나와서 뮤즈강으로 나서면 보게 되는 풍경... 절벽은 가까이서 보니 약간의 마이너스... 저 위의 능선길을 트레킹...ㅎ
2. 섹소폰은 탄생지가 바로 디낭... 아돌프 섹스가 발명... 발음과 철자에 신경써야...ㅎㅎ
3. 섹소폰 동상을 지나 산쪽으로 길을 잡으니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 제대로 길을 잡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4. 절벽 위에는 의외로 또다른 평지가 이어진다... 양을 키우는 목장도 있고... 예쁜집들의 연속...
5. 트레킹 길 좌측은 그림 같은 집들... 우측은 뮤즈강... 중간에 멋진 조망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하나 있다...
6. 전망대에서 바라본 노틀담대성당과 요새... 요새의 절벽은 벨지움판 낙화암이다... 많은 사람이 떨어져 죽은 전쟁때 슬픈 일이 있었다고...
7. 맞은편 산위에 있는 집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의 집이다... 다음번엔 저쪽 능선도 걸어보리라...
8. 트레킹 루트를 표시해주는 빨강과 하얀색 두줄 페인트... 유심히 봐야 보인다...
9. 트레킹 루트에서 벗어나기 쉬운 곳에는 이런 엑스자 표시가 되어 있다...
10. 이쪽은 아주 잘 잡은 트레킹 루트임을 표시해주는 나무 위의 페인트 표시... 간간히 보이는 표시가 친구처럼 느껴진다...
11. 트레킹 루트는 마을길을 통과하기도 하는데... 마을길 중간에 만난 부부... 아침 산책 중이란다... 5분 정도 같이 걸으며 얘기 나누었다... 내가 일본넘이냐고 묻는다...ㅎㅎ
12. 이제 하산길이다... 트레킹 루트 대부분이 이렇게 아주 걷기 좋은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다...
13. 이제 강변길로 접어든다... 깍아지른 절벽 사이로 난 도로가 인상적이다... 절벽 위에는 벨지움 국기...
14. 뮤즈강변 산책로... 강변에 자리한 집들이 어찌나 이쁜지... 심심치 않은 산책길...
15. 이제 디낭역에 거의 다 왔다... 저 위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쭉 걸었다... 약 세 시간 정도 걸렸나?...
16. 다음에 올 것을 대비하여 루트 파인딩 겸해서 반대편 산에 올라본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트레킹 루트는 있다...ㅎㅎ
17. 반대편 산길은 제법 오르는 맛이 난다... 한국에서 등산하다보면 오르막길이 힘든데... 여기서는 오히려 반갑다...ㅎㅎ
18. 능선에 올라서니 매우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아직 나뭇잎이 무성하진 않지만 들꽃이 제법 많이 피었다...
19. 돌아갈 기차가 플랫폼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디낭에서 브뤼셀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기차가 있다...
20.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계단 난간 위에 카메라 올려놓고 셀카를 찍어봤다... 벨지움에 트레킹을...ㅎㅎㅎ...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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