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설악에 있던 그 시각 나는 수락산 언저리를 걷고 있었다.
당고개역에서 출발하여 곰바위 능선을 따라 도솔봉 우회로를 따라 주능선 초입에 도착했다.
자주 가던 수락 주능선도 좋지만 갑자기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하여 수암사로 향하는 오솔길 능선을 따라 쭉 진진하여 순화궁 고개로 하산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계곡은 처음 가 본 곳이었고 고즈넉한 것이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물소리도 시원하고 좋았다.
순화궁 고개길에서 차로를 넘어 반대편 산을 타보기로 했다. 초입을 알 수 없어 길이 없는 곳으로 무작정 올랐다.
산이 크지 않고 주변 지리도 훤하니 별로 두려울 건 없었다. 이십여분 산속을 헤매다 희미한 산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솔숲 오솔길이 걷기에 그만이었다.
주능선의 산길은 군인들의 주요 통행로인 것 같아 보였다. 드넓은 헬기장도 두 개나 있었다.
당고개를 넘어오는 버스가 청학동으로 좌회전하는 삼거리로 정확히 하산 할 수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인기 있는 모양이다. 산 주위를 둘러가며 쉬엄쉬엄 걷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수락산에도 이제 그런 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 날의 산행이 매우 즐거웠다.
길을 새롭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있는 길을 멋지게 연결하기만 하면 아주 좋은 산행 겸 걷기 코스가 된다.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수락산 둘레길은 일곱에서 여덟 시간 정도를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당고개역에서 덕릉고개를 넘는 버스를 타고 청학동 좌회전하는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수락산 맞은편 공동묘지를 따라 산에 들면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 가득한 솔숲길이다.
이 능선길을 끝까지 타면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될 것이고 수락산 유원지 입구에 내려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산의 주능선길에서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다. 덕릉고개 사이로 북한산 줄기도 훤히 볼 수 있다.
여기부터 다시 수락산 암장 뒤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길게 타면 원하는 방향으로 수락산을 즐길 수 있다.
수락산 산행이 좀 짧다고 느껴진다면 이렇게 이어서 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에 이르는 능선길보다 오히려 더 한적하고 좋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산행이란 것이 항상 가던 곳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곳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면 등산이 더 재미 있다.
등산 기술을 향상 시키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방법이고, 다른 산들을 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기존의 산행 경로를 조금씩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기만 해도 상당히 큰 기쁨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조만간 나는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수락산 둘레길을 완성해볼 요량이다.
약간의 탐험을 동반하는 이 산행에 동참하고 싶은 산우들의 동행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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