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벨지움 편지 (1)

빌레이 2010. 4. 3. 17:22

루벤 대학은 142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과 독일의 하이델베르그 대학 다음으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합니다.

영국의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대학 정도가 그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항상 5위 안에 드는 유명 대학입니다.

유럽연합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까닭에 유럽의 중심 대학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2001년 7월부터 2002년 7월까지 만 1년 동안 루벤 대학의 COSIC이라는 연구소에서 공동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국책연구소의 연구원 신분이었고, 지금은 방문교수(visiting professor) 신분으로 같은 연구소에서 연구하게 됐습니다.

비교적 짧은 3개월 동안 머무를 것이지만 출장이 아닌 루벤의 주민으로 정식 등록된 상태로 거주하게 됩니다. 

루벤 대학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or), 대학 내의 게스트하우스 주민, COSIC의 연구원 신분으로 정식 등록하는 과정이 이틀 걸렸습니다.

 

신분 등록 절차와 이에 대한 권리나 의무를 살펴보면 벨지움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간 허락되는대로 자세히 적어볼 요량입니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자취방 이사를 한다고 해도 신경쓸 것이 많습니다. 이 곳도 예외는 아닙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지요.

하지만 고생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고생한 만큼 얻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벨지움에서 쓰는 글이니 우리에게 "벨기에"로 알려진 나라를 제가 "벨지움"으로 부르는 이유를 설명해야 되겠습니다.

벨지움은 우리 나라 경상남북도 정도 크기의 작은 영토를 갖고 있지만 언어는 다양합니다.

네델란드,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그 등과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수도인 브뤼셀은 영국, 독일, 프랑스 중앙에 위치하여 유럽연합의 수도이기도 합니다.

벨지움은 크게 네델란드어를 사용하는 플레미쉬 지역과 불어를 사용하는 왈로니아 지역으로 나뉩니다.

브뤼셀 지역은 영어, 불어, 네델란드어가 모두 공용어입니다.

 

벨지움의 국가 명칭은 네델란드어로 "벨기에", 불어로 "벨지끄", 영어로 "벨지움"입니다.

플레미쉬 지역이 우리 나라에 먼저 알려지면서 우리에겐 "벨기에"라는 명칭이 익숙합니다.

왈로니아 지역 사람들은 "벨지끄"라 부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국가 명칭은 "벨지움"입니다.

네델란드어와 불어를 모두 잘 못하고 영어만 조금 할 줄 아는 저에게도 벨지움이란 명칭이 더 익숙하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명칭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했네요. 벨기에로 부르든 벨지움으로 부르든 서로 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루벤에 도착해서 9년 전에 처음 방문했던 때의 낯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게 한 풍경들을 올려봅니다.

  

1. 루벤은 대학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모습과 중세 도시의 고풍스러움을 모두 간직한 도시...

 

2. 루벤 시내 중앙광장... 좌측은 시청이고 우측은 성베드로 성당... 시청의 실제 업무는 다른 현대적 건물에서 이루어진다...

 

3. 시청 건물은 외부 전체가 아름다운 조각품들로 이루어진 고딕 양식... 유럽에서도 드물게 멋진 건물...

 

4. 루벤 시내 곳곳에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다... KU-Leuven으로 불리는 대학 건물엔 사진과 같은 청색 표지판이 붙어있다...

 

5. 루벤 시내 거리는 중세 시대에 마차가 다니던 크기에서 넓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방통행 천지...

 

6. 루벤 시내에서 이동 수단으로 가장 빠른 수단은 자전거... 예전엔 나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뚜벅이가 더 좋다...

 

7. 루벤 외곽도로인 링 밖에 위치한 아렌베르그성... 현재는 총장집무실이 있는 곳... 오른쪽 건물 안에 내가 근무할 연구소가 있다...

 

8. 루벤대학 전자공학과 건물... ESAT라 부르고, COSIC 연구소도 이 건물 곳곳에 있다... 내가 있는 연구실은 3층에 있다...

 

9. ESAT 맞은편 건물... 자연과학 관련 연구소들이 있다고...

 

1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겐호프 담장... 담장의 이끼가 말해주듯 오래된 유적... 내가 사는 방도 이 담장 안쪽에 있다...

 

11. 베겐호프를 가로지르는 운하... 내 방에서 10여미터 거리... 루벤에도 목련이 피고 있습니다...

 

12. 아침 일찍부터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여대생들... 학년이 거듭될수록 절반 정도가 유급한다... 그래서 4학년은 존경의 대상...

 

13. 이런 길을 걸어서 출퇴근 한다... 연구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상쾌할 수 밖에...

 

14. 아직 나뭇잎이 무성하지 않아도 숲길은 좋다... 숲길을 따라 자전거 타고 강의실로 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15. 스포츠센터에 있는 조각 작품...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예나 지금이나 가장 부러운 점...

 

16. 아렌베르그 앞을 흐르는 운하와 물레방앗간... 우리 나라에서도 물레방아는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17. 아렌베르그성의 정면 모습... 9년 전에는 잔디밭에서 연구원들과 프리즈비(원반던지기) 하면서 놀던 기억이 새롭다...

 

18. 아렌베르그성의 후면 모습... 성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19. 아렌베르그 캠퍼스 내의 운하와 자전거길... 조깅 코스로도 많이 이용한다...

 

20. 시내 중앙에 위치한 시립공원... 다시 찾은 루벤은 전혀 낯설지 않고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