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빙벽>이 수정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마운틴북스라는 출판사로 심산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 <빙벽>을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뒤늦게 읽은 것이 오히려 좋았다.
작년 여름 일본북알프스 호타카 연봉을 다녀왔다. 소설의 주무대인 곳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북알프스를 다시 다녀온 듯한 기분에 휩싸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가미코지의 맑은 물, 아즈사가와 강, 도쿠사와 산장, 요코 산장, 가라사와 산장, 호다카 산장...
그리고 마에호다카, 묘진다케, 오쿠호다카다케 등의 봉우리와 저 멀리 우뚝 솟아 보이던 야리가다케 봉우리까지.
이 모든 기억들이 다시금 또렷해지는 소설 <빙벽>은 내게 아령한 향수마저 느끼게 해줬다.
장편소설 <빙벽>은 640 페이지 분량의 긴 소설이지만 시종일관 팽팽하다.
우오즈와 고사카는 자일파티이다. 마에호다카 동벽을 동계등반하다 고사카가 추락사한다.
소설의 주인공 우오즈는 고사카가 추락할 때 자일이 힘없이 끊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끊어진 자일의 원인 규명을 둘러싼 얘기들과 관련 인물들이 서로 얽히는 것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분히 추리소설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소설의 줄거리를 말해버리면 다소 김이 빠질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일본 사람 특유의 섬세함이 소설 속에는 녹아있다. 답답할 정도로 치밀한 구성이 읽는 이를 결국은 시원하게 해준다.
전문 산악 소설로서 손색이 없지만 우정, 사랑, 갈등, 번민, 고뇌, 슬픔, 기쁨 등의 인간적 감성이 살아 있어 재미 있다.
개인적으론 지난 해 두 차례 다녀온 일본 여행지가 공교롭게도 소설의 주무대여서 매우 흥미로웠다.
도쿄와 호다카 연봉이 있는 북알프스가 소설의 주요 무대인데 두 곳의 지리를 모두 환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불과 두 달 전에 출장 차 갔던 도쿄를 일주일 동안 싸돌아 다닌 본전을 뽑은 셈이다.
여러 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있지만 나름대로 정갈한 소설 <빙벽>을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일본 북알프스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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