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설악 신선대(성인대) - 2024년 6월 15일(토)

빌레이 2024. 6. 18. 09:12

새벽 4시에 악우들을 픽업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설악산 등반을 나서는 첫 발걸음부터 예상치 못한 비를 맞으니 살짝 황당한 기분이 든다. 어제의 일기예보 상으로 백두대간 너머의 설악산 권역엔 비가 오지 않을 거라 했으니 일말의 희망을 품고 악우들과 함께 양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오른다. 하지만 간간히 내리는 세찬 빗줄기에 희망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인제내린천휴게소에서 커피와 도너츠로 조식을 대신하는 동안에도 비는 오락가락이다. 악우들과 상의한 끝에 오늘 계획한 설악산 유선대 '이륙공천' 등반은 접기로 한다. 플랜B로 생각해둔 일정 중 하나인 북설악의 신선대를 다녀와서 오후엔 국립등산학교의 인공암벽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화암사 진입로의 노면이 젖어 있으니 암벽등반은 위험할 것이란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제1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수바위를 거쳐 신선대(성인대)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울산바위와 동해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인 신선대 정상부의 암릉을 끝까지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었다. 아침 9시 이전의 청명함과 구름 사이로 간간히 비치는 햇살에 시야는 더욱 선명했다.  병풍처럼 펼쳐진 울산바위를 코앞에 두고 드넓은 암반 위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예전에 등반해본 적이 있는 수바위 암장도 둘러보았다. 여기서라도 등반을 해볼까 싶은 의향이 살짝 꿈틀댔으나, 암장을 둘러본 후 악우들은 굳이 장비를 둘러메고 다시 올라오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그동안 뇌리에 담아두기만 하고 오를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신선대를 처음으로 밟아 보았다는 것과 짧은 산행 시간으로 가성비 좋은 훌륭한 조망을 즐겼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