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웅담리 암장에서 한가롭게 단피치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어제의 일기예보와 달리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인지라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때부터 비가림용 천막을 설치한다. 맘 편히 커피 한잔을 마시고, 등반을 시작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하려는 순간 후두둑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리 대비를 잘한 덕택으로 로프를 비롯한 암벽등반 장비들이 비에 젖지 않아 다행이지 싶었다. 나뭇잎과 천막 위로 떨어지는 정겨운 빗소리를 들으며 세 악우들이 오손도손 등반 관련 이바구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요세미티 원정을 준비하면서 요즘 틈틈이 읽고 있는 등반서적인 <캠프4>의 내용을 악우들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일독을 권하자 성배씨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구매한다. 이번엔 나만 다른 팀에 합류하여 미국 원정 등반을 떠나지만 언젠가는 우리들도 함께 외국의 멋진 등반지에서 줄을 묶을 날이 오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빗속의 낭만에 젖는다.
차분히 쏟아지는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간편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근처의 감악산으로 우중 산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두 악우는 우산을 쓰고 나는 판초우의를 걸친다. 신암저수지에서 얼굴바위 전망대를 통해 임꺽정봉에 오르는 코스를 따른다. 감악산 정상을 찍고 내려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에서 간식을 먹고 운무 속의 시원함을 만끽한다. 임꺽정봉으로 돌아와 암벽데크길로 하산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안전 문제로 통제 중이란다. 장군봉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비가 그치고 서서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장군봉 암장을 둘러본 후 처음 가보는 형소봉에 오른다. 이 곳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장군봉과 임꺽정봉의 암벽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바로 형소봉인 것이다. 비온 뒤의 신선함 속에 운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설악이 부럽지 않은 장관을 보여준다. 여름날의 우중 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함과 청아함을 원없이 누릴 수 있었던 감악산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타산 무릉계곡 - 2024년 8월 17일(토) (1) | 2024.08.18 |
---|---|
도봉산 - 2024년 7월 27일(토) (0) | 2024.08.04 |
북설악 신선대(성인대) - 2024년 6월 15일(토) (2) | 2024.06.18 |
북한산 칼바위 - 2024년 5월 31일(금) (0) | 2024.06.03 |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 - 2024년 5월 25일(토) (0) | 202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