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3년 2월 18일(토)

빌레이 2023. 2. 19. 10:48

지난 월요일 아침에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인 안과 진료를 받았다. 20년 전에 받은 망막 레이저 수술 결과가 괜찮아서 그동안 잘 버텨오던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이었다. 우려하던 망막박리가 시작되었다는 좋지 않은 검진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백내장까지 심하여 시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2박 3일 동안 입원하여 전신마취 수술을 받는 건 두렵지 않은데, 망막이 안구내벽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 수술 후 2주 이상은 엎드려 지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 5주 후에 있을 수술을 대비하는 심정은 착잡했고 몸은 피곤에 지쳐 있었다. 개강을 앞둔 시점에서 복잡한 마음은 쉽사리 안정되지 않았다. 평정심을 되찾고 앞으로의 일을 현명하게 헤쳐나가자는 다짐을 하는 데에도 평소와 달리 며칠이 걸렸다.  

 

심신이 피곤했던 한 주간을 달래줄 주말이 왔건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하루종일 흐리고 남부지방부터 차례대로 비가 올라올 거라는 예보였다. 그래도 기분전환이나마 하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찾았다. 여의치 않으면 클라이밍은 제쳐두고 워킹 산행이라도 할 생각이었으나, 암벽 앞에 도착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종일토록 햇볕 한 조각 받은 적이 없는 바위가 차가워서 손이 시린 상태를 핫팩으로 달래가면서 운동삼아 암벽에 매달려 보았다. 몸이 데워진 둘째 판부터는 그런대로 붙을 만 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날씨 속에서도 중앙벽에서 3개, 좌벽에서 3개 루트를 등반했다. 아침엔 얼어 있던 강선사로 내려오는 길이 오후엔 질척거렸는데, 길모퉁이의 잔설로 등산화를 세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춘천에 들러 봄내체육관의 실내암벽장을 둘러보고, 가평에서 간장닭갈비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