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영덕 블루로드 해벽으로 향하는 네비게이션 경로 중간에 경주가 있었다. 동해에 접한 해벽은 오전에 쏟아지는 햇살이 따가울 것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지 싶었다. 어차피 여행과 등반을 겸한 '여름 등반여행'이니 경주를 지나는 만큼 오랜만에 불국사를 둘러 보기로 했다. 불국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8시 5분인데, 관람시간은 9시부터라고 했다. 석굴암을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토함산 자락을 굽이도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서 석굴암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 즈음이다. 석굴암도 9시에 문을 연다고 하여 기다리는 동안 토함산에 잠깐 다녀오기로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정상까지 올라갈 생각은 없었으나, 등로가 산책로처럼 유순하고 걷기 좋았다. 왕복 2.8 km 거리라는 이정표를 보고 한 시간여 만에 토함산 정상을 처음으로 밟아 보았다.
석굴암 관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실망스럽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 석굴이라지만 전실에 무덤처럼 갇힌 석굴암은 더이상 석굴로 보이지 않았다. 유리에 갇힌 석불 또한 보는 이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석굴암에 관한 신비함이 반감된 상태로 석불은 박물관에 놓여진 전시물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학창 시절에 국어 책에서 읽었던 석굴암 석불에 대한 예찬론을 도무지 수긍할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복원되지 못한 반증인양 전시된 석물들의 잔해를 보는 순간엔 또다른 답답함이 밀려왔다. 한편, 불국사는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여행과 내 첫 직장에서 첫 여름휴가로 왔던 24년 전 경주 가족여행의 추억을 소환시켜 주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경 삼아 찍었던 기념사진이 생각나 오래된 앨범을 찾아보았다. 당시엔 각각 세 살과 다섯 살이었던 우리 아이들은 이제는 모두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큰 애는 올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무심한 세월은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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