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설악산 '4인의 우정길' - 2022년 7월 10일(일)

빌레이 2022. 7. 11. 11:19

여름철의 설악산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하다. 설악동 숙소에서 새벽 4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한다.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짐을 꾸리는 사이에 비는 멈춰 있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일단은 예정된 '4인의 우정길' 등반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7시 즈음에 설악동매표소를 통과하여 비룡폭포를 지나 자욱한 안개 속의 토왕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프로치를 하는 동안 바윗길이 말라 있기를 바라면서 등반 출발점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0분 무렵이다. 우리 앞에 이미 두 팀이 등반 중이어서 바위 상태는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놓인다.

 

첫 피치 출발점 앞의 테라스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순간, 아주 잠시 동안 토왕성폭포와 선녀봉 일대 침봉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안개와 구름이 어느 한 순간 시야를 열어 주었으나 맛보기에 불과했다. 그 후로 오랫 동안 바윗길 주변은 짙은 운무에 둘러싸여 있었다. 풍경 감상은 포기하고 간간히 내리는 안개비 속에서나마 등반할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더라면 노적봉 남동벽 전체가 땡볕에 온전히 노출되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더욱 힘겨운 등반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오늘의 '4인의 우정길' 등반은 6년 만에 다시 결행한 것이다. 2016년 6월 당시엔 이 바윗길이 나에게 살짝 버거운 도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등반은 그리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도 긴장감 하나 없이 소풍처럼 즐겁게 모든 피치를 자유등반으로 만족스럽게 완등할 수 있었다. 오히려 조금 싱겁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덕택으로 은연 중 클라이밍 실력이나 등반을 대하는 자세가 진일보 했음을 확인하는 듯하여 내심 흐뭇한 기분이었다. 다만, 앞팀으로 인해 정체 현상을 겪었던 6피치 앞에서 '5인의 우정길'로 오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짙은 안개 속에 가시거리가 20 미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초행의 바윗길에 선뜻 붙을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었던 것이다. 

   

▲ 어제 소토왕골로 갔던 샛길과의 갈림길을 지나서 비룡폭포로 향한다.
▲ 비룡폭포 가는 길은 이른 아침에 산책하기 안성맞춤인 코스이다.
▲ 육담폭포 앞의 출렁다리를 올려다 보면서도 풍경 감상보다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새벽에 내린 비에 젖은 절벽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육담폭포의 물줄기가 시원스러웠다.
▲ 내리꽂히듯 쏟아지는 비룡폭포의 물줄기는 언제 봐도 통쾌하다.
▲ 비룡폭포 위에서 본 풍경인데, 토왕성폭포가 있어야 할 사진 중앙이 하얀 운무로 덮였다. 신비한 착시현상인듯 선녀봉과 '솜다리 추억' 릿지는 그 앞의 '경원대길' 릿지의 그림자처럼 중첩되어 보였다.
▲ 토왕골을 거슬러 오르던 중간에 잠시 우측 너머로 노적봉을 볼 수 있었다.
▲ '4인의 우정길' 진입로 부근의 토왕골 풍경이다.
▲ 토왕골에서 노란 리본을 보고 올라가면 '4인의 우정길' 첫 피치가 나온다.
▲ 계곡에서 나무 사이로 토왕성폭포의 위용을 볼 수 있었다.
▲ '4인의 우정길' 출발점 앞의 테라스에 도착하니 잠시나마 거짓말처럼 운무가 걷혔다.
▲ 작년에 올랐던 맞은편의 '솜다리 추억' 루트가 있는 선녀봉 일대의 침봉들도 잠시나마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 우리팀 앞에 두 팀이 등반 중이니 바윗길 상태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메도 될 듯했다.
▲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에 펼쳐진 운무의 향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 테이핑을 하려던 찰나에 시야가 다시 열렸다.
▲ 어느새 주변은 또다시 운무에 가리워졌다.
▲ 느긋하게 마음 먹고 첫 피치를 출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 첫 피치는 두 번째 볼트만 넘어서면 어려울 게 없다.
▲ 둘째 피치를 출발하고 있는 중이다.
▲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토왕성폭포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었다.
▲ 선녀봉 일대의 침봉들도 운무 속에 갇히기 시작했다.
▲ 3피치를 등반 중이다. 짙은 안개로 시야는 양호하지 않았으나 비는 내리지 않아서 등반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 4피치를 오르고 있다. 생각보다 바위는 미끌리지 않았다.
▲ 5피치 초반부를 오르고 있다. 설악산 바위는 가파른 경사에도 손홀드가 양호해서 등반이 즐겁다.
▲ 5피치 확보점이다. 여기까지는 어렵게 느껴진 구간이 거의 없었다. 이 곳부터 6피치 출발점까지는 조금 걸어가야 한다.
▲ 앞 팀의 정체로 1시간 반 넘게 기다린 후에야 6피치를 출발할 수 있었다. 시야만 열렸다면 좌측에 개척되어 있는 '5인의 우정길'로 올랐을 것이다.
▲ '4인의 우정길' 최고난이도 구간인 6피치는 등반성이 뛰어나 아주 재미 있었다. 세 번째 볼트 이후부터는 빌레이어와 등반자 간의 시야가 가려져서 퀵드로를 클립하는 소리로 소통해야 했다. 좌측 사선으로 진행되는 루트여서 길게 늘어뜨린 알파인 퀵드로를 다수 사용한 결과 자일 유통이 잘 되었다.
▲ 7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구간이었다.
▲ 8피치는 걸어서 가도 될 정도의 슬랩 구간이다.
▲ 마지막 8피치 확보점에서 자일을 반반씩 구분해서 정리했다. 이렇게 하면 하강할 때 자일 설치가 용이하다.
▲ 노적봉 릿지로 하산하는 중간에 솜다리꽃을 여러 송이 볼 수 있었다.
▲ 등반 중에 앙증맞은 들꽃을 보면 나도 몰래 미소짓게 된다.
▲ 자일 하강은 예전엔 30미터 1회로 끝났는데, 최근엔 안전을 위해 클라이밍 다운하던 구간에 30미터 간격으로 두 개의 쌍볼트가 추가되어 있었다.
▲ 오늘은 꿩의다리꽃이 유난히 탐스러워 보였다.
▲ 두줄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 탁족을 했다.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요즘 하고 있는 매켄지 운동 자세 중이다. 등반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하산을 하던 중에 다시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바위에 계속 메달려 있어야 안 아플 듯하다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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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노적봉 <4인의 우정길> 등반 - 2016년 6월 18일

설악산 토왕골 계곡에서 노적봉의 남동벽을 오르는 은 오래 전부터 등반하고 싶었던 바윗길이다. 이른 아침 시간에 비룡폭포 위의 토왕골로 어프로치를 하다보면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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