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그만큼 나의 일상은 한층 더 바빠졌다. 모든 강의와 세미나가 대면으로 진행되고, 그간 미루었던 대학원 졸업생 제자들과의 모임도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의 한 주간을 보냈다. 집안 인테리어 공사 준비까지 겹쳐서 심신이 피곤하고 분주했다. 어쩔 수 없이 실내 암장에서의 운동도 잠시 쉬기로 했다. 주말 등반지 선택에 대한 행복한 고민의 시간도 부족해서 간단히 지난 주에 이어 유선대 암장에 다시 가기로 했다. 익숙한 암장이니 별다른 준비는 필요 없어서 맘 편히 즐기다 오고 싶었다.
어차피 프로젝트 등반을 할만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유선대 암장에서 지금까지 올라보지 못 했던 새로운 루트를 경험하는 것에 오늘 등반의 의미를 두기로 했다. 베이스캠프 앞의 3개 루트에서 몸을 푼 후에 'HANBIT(5.10d)' 루트에 처음으로 붙어 보았다. 크럭스 구간을 인공등반 방식으로 올라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버겁게 느껴졌다. 줄을 걸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해야 했고, 톱로핑 방식으로 다시 올라 봐도 첫 번째 오버행 구간을 자유등반 방식으로 돌파할 수는 없었다. 점심 후에는 '통천문' 루트 두 피치를 가볍게 등반한 후에 '프리텐션(5.12a)' 루트에 처음으로 붙었다. 역시나 인공등반 방식으로 돌파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의 개념도엔 '프리텐션'의 난이도가 5.11a로 조정된 듯한데, 11대이든 12대이든 지금의 내 등반 능력에서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없는 루트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유선대 암장 중앙벽의 모든 루트를 경험해 봤다는 것에 만족감이 있었던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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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유선대 암장 개척 보고회가 열렸던 2016년 당시의 월간 <산> 11월호에 실린 개념도 중 일부이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우벽의 루트들을 포함한 유선대 암장의 모든 루트를 등반해 본다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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