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의 봄꽃 개화시기는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다고 한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 겨울의 그림자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심정은 봄꽃을 바라는 조바심으로 변했다. 모처럼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4월의 첫 날에 아내와 둘이서 양평 산수유마을과 소나기마을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산수유마을은 남한강 가까이에 자리하고, 소나기마을의 시냇물은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두물머리를 기점으로 팔당호에서 만나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양평은 서울 근교에서 드라이브 코스로는 으뜸이다.
오똑한 봉우리가 인상적인 추읍산이 동네 뒷산인 개군면 내리마을 전체가 노오란 산수유꽃으로 물들어 있었다. "살구꽃 피는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란 싯구를 패러디 한 "산수유꽃 피는 동네는 어디나 고향 같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법한 한적한 마을을 쾌청한 하늘 아래 따스한 봄볕을 온몸에 받으며 산책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코로나로 인해 산수유꽃 축제가 취소된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올라보고 싶은 추읍산은 산수유마을 인근의 개군저수지에서 조망하는 전경이 으뜸이었다.
오후 시간엔 서종면의 소나기마을을 구경했다. 우리시대의 위대한 소설가인 황순원 선생의 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교과서에 실린 덕에 국민 단편소설로 자리잡은 <소나기>의 무대가 된 곳이라고 한다. 마을 안쪽에 있는 카페에서 맛본 롤케익과 커피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참나무 장작으로 화덕에 굽는다는 발효종 빵맛도 훌륭했다. 평일인데도 고급승용차를 타고 찾아온 젊은 손님들이 유난히 많았다. 황순원문학관은 작가의 작품들을 탐독하며 보냈던 젊은 날의 초상을 회상하면서 아내와 함께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선생의 묘비에 쓰인 "20세기 격동기의 한국문학에 순수와 절제의 극을 이룬 작가"라는 글귀가 뇌리에 남았다. 화창한 봄날을 제대로 만끽했다는 감사함이 넘쳤던 양평 봄맞이 드라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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