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만 해도 눈산행을 기대했었다. 아파트 주변이 새벽에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출발지인 우이동 시가지 주변엔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북한산과 도봉산 정상부는 구름에 갇혀 있었다. 우이동에서 9시 즈음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여 서산에 노을이 질 때까지 8시간 동안 북한산의 품 안에서 길게 걸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상장능선을 밟아 보았다. 모든 게 새롭고 신선했다. 바위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의 자태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척박한 암릉에 굳건히 뿌리내린 소나무처럼 이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고, 건강을 위한 운동과 클라이밍에도 최선을 다하는 새해를 가꾸어 가자는 마음가짐을 다졌다.
산행 후반전은 산너머 경기도 지역의 호젓한 둘레길 구간인 충의길, 효자길, 내시묘역길, 마실길, 구름정원길을 차례로 걸었다. 이틀 전에 받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의 후유증 탓인지 오늘 산행의 목적지로 삼았던 불광중학교 옆의 삼계탕집까지 가는 길이 조금은 힘에 부쳤다. 그러나 성북동에서의 옛맛을 잃지 않고 있는 가마솥삼계탕의 깊은 맛이 산행의 피로를 한순간에 녹여 주었다. 올 한해의 산행과 등반이 무탈하기를 기원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임인년 새해가 되기를 다짐했던 첫 산행이 잔잔한 뿌듯함과 기쁨으로 남았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천 청계산과 청계호수 - 2022년 1월 8일(토) (0) | 2022.01.09 |
---|---|
한양도성 동편 순성길 - 2022년 1월 4일(화) (0) | 2022.01.05 |
장성 백양사 - 2021년 12월 24일(금) (0) | 2021.12.25 |
담양호 용마루길 - 2021년 12월 23일(목) (0) | 2021.12.25 |
북한산둘레길과 우이천변길 - 2021년 12월 18일(토) (0)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