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등산학교 암벽반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오후 늦게 등산학교 졸업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무리한 등반은 피하기로 한다. 북설악의 화암사에서 가까운 수바위 정상에 올랐다. 수바위 암장은 다른 조들의 암벽반 기초교육이 진행되었던 곳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간의 등반여행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수바위 릿지 등반이다. 뜀바위 구간이 두 군데 있었지만 암벽화도 갈아신지 않고 오를만큼 부담 없는 코스였다. 울산바위가 지척이고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수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으뜸이었다. 화암사 경내를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식사로 산채비빔밥을 함께 먹으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준비했다. 이기범 선생과 나는 서울, 인호씨는 안양, 세령씨는 구미, 치득씨는 부산이 은거지이니 우리 독수리 5형제는 경부선 라인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야말로 친형제처럼 붙어다니다가 막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내년엔 K 등산학교의 선배 자격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합동 등반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그나마 이별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언젠가는 우연히 바윗길에서 서로가 반갑게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해 본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설악의 바윗길을 누볐던 그대들의 아름다운 얼굴은 이제 내 마음 속에 짙은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모두의 건투를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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