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는 화강암의 거대한 성채다. 하나의 바위로 불리기엔 너무나 웅장하다. 설악산에서 떼어내어 하나의 독립적인 바위산으로 대우해 주어야만 그 훌륭한 풍모에 어울릴 듯하다. 울산바위에서 가장 고전적인 루트로 알려진 '문리대'길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 흔들바위 위부터는 제법 가파른 산길이어서 비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장비를 착용하는데 주위에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우리를 귀찮게 한다. 인호씨는 펄쩍펄쩍 뛸 정도로 벌레가 유독 인호씨에게만 몰린다. 개미처럼 따끔거리게 피부를 물어뜯는 벌레들도 젊은 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살짝 놀려준다. 벌레들 때문에라도 빨리 지면을 떠나서 벽에 붙어야 할 지경이다.
이기범 선생의 '문리대'길 등반에 관한 브리핑이 있은 후에 곧바로 출발한다. 내가 쎄컨이고, 치득씨, 세령씨, 인호씨 순서로 오른다. 크랙과 슬랩이 섞여 있는 재미난 루트를 신속하게 등반하고 정상에 모여서 한참 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곰바위가 절벽 건너편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문리대'길 정상은 대청봉부터 동해바다까지 외설악의 빼어난 풍광을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훌륭한 조망터이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벗 삼아 점심을 나눠 먹는 순간이 더없는 행복이다. '비너스'길 방향으로 30미터 하강 두 번과 60미터 하강 두 번으로 땅을 밟는 것으로 등반을 마무리 한다. 다음 날도 울산바위에 오기로 하고 '안다미로'길 근처에 자일을 데포시켜 놓고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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