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거인암장 - 2020년 4월 18일

빌레이 2020. 4. 18. 21:10

금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봄비였다. 토요일인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게 개인 청명한 하늘이다. 파주의 파평산 자락에 있는 거인암벽장으로 향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봄 풍경이 아름답다. 어제의 봄비는 대지를 말끔히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청소부가 건물 외벽에 쌓인 먼지를 물청소 하듯 깨끗이 청소해 주었다. 봄비를 자양분 삼아서 나무의 새순은 움트고 숲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면서 부피를 키운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자연의 법칙을 생각하면서 봄 풍경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거인암장의 우뚝 선 바위가 눈앞에 보인다.


오늘 멤버는 지난 수요일의 독립봉 암장 팀에서 한 명만 바뀌었다. 이지석님이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자리를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백해숙님이 채운 것이다. 작년에 개척된 거인암장은 3개의 독립된 섹터로 분리되어 있다. 전형적인 하드프리 암장으로 홀드를 잡으면 손가락 끝이 아릴 정도로 날카로운 암질이다. 무엇보다 어프로치가 짧은 게 장점이다. 주차장에서 백여 미터만 걸으면 제1암장에 닿는다. 개척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등반 중에 낙석이 자주 발생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빌레이어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등반자를 시종일관 주시해야 한다. 내가 빌레이 보는 중에도 등반자가 딛은 발홀드가 깨지는 바람에 내 머리 위 정면으로 아이들 주먹만한 크기의 돌멩이가 떨어져서 급히 몸을 피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우리팀은 암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암벽에 매달렸다. 지난 독립봉 암장에서의 열클과 온라인강의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내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그래도 따사롭고 화창한 날씨 속에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톱로핑으로 어렵사리 올라선 루트의 확보점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광이 평화로웠다. 늦은 오후 시간엔 제3암장의 동굴에서 시작하는 고난도의 오버행 루트인 '일심(5.12a)'을 등반하는 기범씨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몸을 좀 더 잘 가꾸고 열심히 운동해서 나의 등반도 올해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 좋겠다는 자극을 오랜만에 받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