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심우길과 벗길 (2020년 4월 25일)

빌레이 2020. 4. 26. 04:03

올해 첫 인수봉 등반을 다녀왔다. 예상했던 대로 인수봉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다. 아마도 안면 있는 클라이머들을 가장 많이 만났던 하루였을 것이다. 우리팀은 인수봉 동벽 우측 끝에 있는 심우길과 벗길을 등반했다. 심우길 1피치 상단부의 사선 크랙 구간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힘들었다. 선등자인 기범씨가 몸을 밖으로 완전히 뺀 상태에서 피아노 건반을 치듯 가볍게 올라가는 듯해서 나도 비슷한 동작으로 해보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발홀드가 안정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완력이 부족했다. 오른쪽 다리 하나를 크랙에 끼우고 오프위드크랙(off width crack)을 등반하듯 오르면 조금 더 안정적이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심우길 2피치는 그런대로 오를만 했다. 마지막 3피치의 인공등반 구간은 볼트따기로 올랐다. 슬링을 이용해서 오르니 오랜만의 볼트따기도 괜찮게 오를 수 있었다.


심우길에서 하강한 후에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구조대길에서 하강한 팀과 취나드A, 벗길 등을 등반했던 팀들이 내려와서 테라스에 모이는 바람에 주변은 갑자기 시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오아시스 주변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는지 구조 헬기의 소음까지 더해져서 정신 차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어느 정도 하산할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린 후에 우리팀은 벗길에 붙었다. 첫 피치는 슬랩 등반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루트였는데 홀드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 슬랩에서의 미세한 홀드에 힘을 싣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둘째 피치는 사선 밴드 이후의 구간이 크럭스였다. 세로 크랙과 핑거 크랙을 잘 이용해서 동작을 풀어야 하는 구간인데 완력이 부족해서 추락을 면치 못했다. 인수봉에서 아직 내게는 다소 벅찬 루트에 붙어서 다양한 동작으로 열클하면서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하루가 보람찼다.       


▲ 심우길 1피치를 오르고 있다.


▲ 하루재를 넘어서 만나는 인수봉은 언제봐도 늠름하다. 구름 낀 하늘이 조금은 아쉽다.


▲ 인수봉 아래의 숲도 이제는 연두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 인수봉 동벽 아래는 끝물의 진달래가 절정이었다.


▲ 이른 시각인데도 인수봉은 클라이머들로 붐빈다.


▲ 우리팀은 동벽 우측 끝의 심우길 출발점으로 간다. 고독길 출발점에서 윤선씨 일행을 만났다.


▲ 기범씨는 취나드A길과 심우길 사이의 테라스에 사이트를 구축했다.


▲ 벗길 1피치 확보점에 모여 있는 클라이머들이 보인다.

사진 중앙의 크랙을 따라가는 루트가 취나드A길이고, 우측의 처마 밑으로 이어진 루트가 심우길이다.


▲ 기범씨가 벗길 첫 피치를 오르고 있다. 릿지화를 신고도 잘오른다. 나는 암벽화로도 힘들었는데...


▲ 심우길 첫 피치을 오르고 있는 기범씨를 빌레이 보는 중이다.


▲ 심우길 첫 피치 상단부의 사선 크랙을 가볍게 넘어선 후 스태밍 자세를 취하고 있는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


▲ 나도 기범씨처럼 피아노 치듯 사선 크랙을 진행해 보는데 잘 되지 않았다.

기범씨의 조언으로 오른쪽 다리를 크랙에 넣어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쉽지 않았다. 


▲ 2피치 확보점에서 올려다 본 심우길 3피치는 볼트따기 구간이다.


▲ 심우길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심우길 1피치 중간, 사선 크랙 진입 직전을 등반 중이다.


▲ 심우길 1피치 크럭스인 사선 크랙에 진입하고 있다.


▲ 크랙에서는 레이백 동작이 확실해야 하는데... 완력도 부족하고, 발디딤 동작도 좋지 않다는...


▲ 심우길 1피치 확보점이다.


▲ 심우길 2피치를 등반 중이다.


▲ 심우길 2피치는 홀드가 양호한 편이어서 그런대로 오를만 했다.


▲ 심우길 3피치 인공등반 구간에서 볼트따기 중이다. 


▲ 심우길 3피치 마지막 구간 직전에서...


▲ 벗길 1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 벗길 2피치를 등반 중이다.


▲ 벗길 2피치 크럭스 구간에서 한 번의 추락 후 동작을 찾아보는데...


▲ 벗길 2피치 확보점에서 오늘의 오름짓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