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조비산 암장 - 2020년 3월 28일

빌레이 2020. 3. 29. 09:32

평소에 운동하는 실내암장의 책임자인 이기범 선생과 함께 용인의 조비산 암벽에서 유쾌한 하루를 보냈다.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일환으로 발표된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운영중단 권고지침에 적극 동참하는 의미로 실내암장은 다음 주까지 2주 동안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이기범 선생과는 진즉부터 주말 등반을 같이 하자는 얘기가 오갔었으나 그간 서로 일정이 잘 맞지 않았다. 실내암장 운영 중단으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 이선생과 모처럼 약속이 성사되어 조비산 등반을 다녀올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더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금요일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분주했던 한주간을 보냈다. 하지만 연구과제의 최종 선정평가와 다음 주 분량의 온라인 강의 녹화까지 모두 끝낸 이후의 홀가분한 기분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부담 없이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미아역에서 기범씨와 은경이가 내차에 동승하여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남이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전원 풍경이 좌우로 펼쳐지는 2차선 도로를 잠시 달려 8시 반이 채 안된 시간에 조비산가든에 도착하여 주차한다. 짧은 어프로치를 끝내고 조비산 암장에 다다르니 아직 아무도 없이 조용하다. 바윗틈새에 듬성듬성 피어 있는 진달래꽃들이 말 없이 우리 셋을 반겨준다. 암장의 첫 손님인 우리들은 이동 통로에서 벗어나 있는 우벽 아래의 아늑한 곳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모처럼만의 한가함을 즐겨본다. 기범씨가 특제로 준비한 에스프레소 커피의 향기와 함께 빵을 곁들인 간식을 먹는 사이에 속속 다른 팀들이 도착해서 터를 잡는다. 바람이 세찰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은근히 걱정했으나 우리가 놀았던 우벽은 남향이어서 그런지 햇볕이 따사롭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등반하기엔 최고로 좋은 날씨였다.


자연암벽에서는 처음으로 줄을 묶어본 기범씨는 역시나 전문 등산학교 강사를 오래 하고 있는 베테랑 클라이머답게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손목 부상으로 그다지 좋은 몸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유연하고 멋진 자세의 등반기술을 보여 주었다. 빌레이 보는 동안 내눈이 호강했을 뿐 아니라, 은경이와 나를 위해 실전에서 루트 파인딩하는 방법과 등반의 안전 요소들을 우리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심하게 조언해주니 더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내몸은 비록 최근의 부족한 운동량과 불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버행 루트에서 힘겨워 했으나, 난이도 낮은 곳에서는 리딩을 서너 차례 하는 동안 등반의 만족감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이로는 2년 후배인 기범씨와는 동시대를 살아온 공감대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지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등반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서 같이 있는 시간이 한층 더 즐거웠다.       


▲ 전문등반가인 기범씨와 함께 처음으로 자연암벽에서 줄을 묶는 영광을 누렸다.


▲ 조비산가든에서 계단을 따라 가족묘지로 올라오면 정상부의 암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고난도 루트들이 모여 있는 스포츠클라이밍 고수들의 놀이터인 동굴 입구가 아무도 없이 조용하다.


▲ 동굴 위쪽의 중앙벽엔 진달래꽃이 듬성듬성 피어있다.


▲ 이동통로에서 벗어난 곳에 아지트를 마련한 덕택에 즐겁고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외벽에서 스포츠클라이밍 할 때 사용할 요량으로 구입한 50미터 자일을 개시했다.

봄의 새싹들이 연상되는 선명한 연두 빛깔이 마음에 들었다.


▲ 아주 쉬운 루트부터 몸을 풀어본다.

기범씨는 빌레이 자세에서도 전문등반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 진달래꽃이 피어 있는 암벽 루트를 오르는 기쁨이 컸다.


▲ 처음으로 자연암벽에서 줄을 묶은 기념으로 인증사진 하나 남기고...

나보다 훤칠하게 키가 큰 기범씨를 반강제로 앉혔다는...ㅎㅎ


▲ 손목 상태 점검을 위해 쉬운 루트부터 몸을 풀어보는 기범씨.


▲ 쉬운 난이도여서 내가 리딩한 루트에서도 겸손하고 신중하게 등반하는 기범씨의 태도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다. 


▲ 5.10d 이상의 루트부터는 서서히 기범씨의 진면목이 나온다. 


▲ 5.11급의 고난도 루트에서는 기범씨의 멋진 동작을 감상하면서 빌레이 보는 재미가 컸다.


▲ 난이도를 서서히 높이면서 기범씨도 몸이 풀려가는 듯 보였다.


▲ 기범씨가 리딩한 오버행 루트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하는데... 몸이 무거워졌다는 걸 실감하고... 


▲ 점심 시간에 둘러본 좌벽은 진달래가 더욱 만발해 있었다.


▲ 기범씨의 안정된 등반자세는 고난도 루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 오버행을 넘어가기 전에 바위 형태를 관찰하고 등반 루트를 정한 다음 유연하게 올라서고 있는 좌측의 기범씨 모습...  


▲ 홀드 양호한 오버행에서도 힘겨워 하는 내몸을 반성할 일이다.ㅠㅠ


▲ 다른 클라이머들이 서서히 암장을 빠져나가는 시간에도... 열혈 클라이머 기범씨는 5.11c급 루트를 등반하는 중이다. 


▲ 마지막으로 퀵드로 회수와 정리 운동 삼아서 쉽지만 제법 긴 루트를 오른다.  


▲ 우벽 전체에서 우리 팀이 맨 먼저 등반을 시작하여 가장 늦게 마무리했다.

간만에 열클할 수 있게 함께 해준 기범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