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불곡산 독립봉 암장 - 2020년 4월 15일

빌레이 2020. 4. 15. 22:21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거의 모든 일상에 제약을 받고 있는데도 선거만은 예외적으로 강행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주 금요일에 사전투표를 했다. 걸어서 지역구 경계를 넘는 출근길 중간에 투표소가 있어서 기다림 없이 투표할 수 있었다. 사전투표는 관내가 아닌 곳에서 할 때가 오히려 더 좋다. 기다리는 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당일을 공휴일로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전투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선거로 인한 공휴일에 클라이머들의 발걸음은 당연히 바위로 향한다.


작년 가을에 익스트림라이더(ER) 등산학교 주관의 개척보고회가 열렸다는 양주 불곡산의 독립봉 암장을 찾았다. 기범씨와 은경이,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인 이지석님이 내차에 동승하여 양주의 부흥사로 향했다. 부흥사 앞 공터의 주차장에서 기범씨의 또다른 등산학교 제자인 임정길님이 합류하여 총 5명이 함께 팀을 이루어 독립봉 암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는 햇볕이 잘 드는 슬랩에서 멀티피치 등반으로 몸을 풀었다. 점심 이후엔 하드프리 암장에서 '샘내(난이도 10a)', '형제(11a)', '막걸리(10c)' 루트를 차례로 올랐다. 기범씨가 선등으로 줄을 걸었고, 네 사람은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했다. 고난도인 '밸런스(12b)' 루트는 기범씨만 등반하고, 마지막으로 '꺽정(10c)' 루트에서 기범씨가 리딩한 후 내가 퀵드로를 회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슬랩 등반할 때 보았던 불곡산 숲의 봄빛이 아름다웠다. 진달래와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초록의 새순이 어우러져 파스텔톤으로 물들기 시작한 암장 주변의 풍광이 좋았다. 다만 급경사의 어프로치 길과 아직은 다져지지 않은 암장의 빌레이 스테이션이 먼지 풀풀 날리는 환경이어서 여러모로 불편한 게 흠이었다. 자일 깔개로 사용한 김장매트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독립봉 암장은 거의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진 하드프리 벽이었지만 날씨가 예상보다 포근해서 열심히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