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써제이길 - 2020년 4월 11일

빌레이 2020. 4. 11. 21:54

도선사에서 용암문에 이르는 등산로 주변의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피어야 할 꽃들은 어김 없이 피고 있다. 계곡 양옆의 산비탈이 온통 진달래 꽃밭이니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수 없다. 중간 쉼터에 있는 바위의 절벽 틈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달래꽃 한송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떠오르는 태양의 사광을 받아 홀로 빛나고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등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닿는 길바닥에는 노란 양지꽃 무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산에서 반겨주는 봄꽃들의 어여쁜 자태를 구경하는 기쁨을 누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노적봉 써제이길 출발점이다. 예상보다 날씨가 좋다. 아직은 바람도 잠잠하다.


노적봉 우측 사면 중간 즈음에 있는 써제이길은 작년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찾는 곳이다. 올해는 이번이 첫 멀티피치 등반이다. 피치 중간에 볼트가 거의 없고, 크랙과 밴드를 따라서 이어지는 전통적인 등반선이 마음에 드는 써제이길이다. 캠으로 중간 확보물을 설치하면서 등반해야 하는 루트로 이른바 트레드 클라이밍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팀 우측으로 멀찍이 떨어진 루트에서 2인 1조로 등반하는 클라이머들 외에는 아무도 없이 한적한 노적봉에서 우리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써제이길 2피치와 3피치는 직상 크랙 구간이어서 홀드가 많아 보이지만 막상 붙어보면 그리 호락호락 하지는 않아서 살짝 긴장했으나 그만큼 등반의 만족감은 높았다. 봄꽃이 있어 힘들지 않았던 어프로치길을 생각하면서 하산로는 일부러 좀 더 길게 잡았다. 산성주릉에서 용암문과 대동문을 거쳐 진달래 능선을 따라 우이동으로 내려오는 산길 좌우로 꽃길이 끝까지 이어졌다. 올해의 멀티피치 등반도 이 꽃길처럼 더욱 안전한 가운데 즐겁고 의미있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모든 피치의 등반을 안전하게 마치고 노적봉 정상에 선 순간의 기쁨은 항상 크다.   


▲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이어지는 등로 좌우는 온통 진달래꽃 천지였다.


▲ 중간 쉼터의 바위에 홀로 뿌리내린 진달래꽃이 유난히 탐스러워 눈길을 사로잡았다.


▲ 발 아래로는 노랗게 피어난 양지꽃 무리들이 환히 반겨주었다. 


▲ 써제이길 첫 피치는 쉽지만 50여 미터 거리에 중간 볼트가 하나 뿐이어서 캠 두 개를 적절히 사용했다.


▲ 올해 처음으로 개시한 60미터 드라이 자일의 색깔이 봄빛이다. 


▲ 둘째 피치 초반부는 살짝 오버행 구간이다. 언더 홀드를 잡고 캠을 설치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 둘째 피치는 초반부를 넘어서서도 크랙을 따라서 이어지는 기울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  


▲ 셋째 피치도 초반부가 좀 애매했다. 아래에서 보면 홀드가 많은데 막상 붙어보면 밸런스가 그리 좋지는 않다. 


▲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전통적인 등반선이 마음에 드는 써제이길이다.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잘 만드는 것이 안전 등반의 관건이다. 


▲ 넷째 피치는 예전에 오르던 반도길과 만나는 구간이지만 살짝 우측의 다른 길로 올라봤다.


▲ 넷째 피치까지 크랙등반 구간이 이어져서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설치하는 중이다.


▲ 넷째 피치 쌍볼트 확보점에 안착하고... 


▲ 다섯째 피치는 반도길 등반 때 자주 오르던 구간이다.


▲ 손홀드가 확실해서 미끄러질 염려는 없지만 방심은 금물...


▲ 마지막 여섯째 피치는 슬랩 구간이다. 첫 볼트에 클립할 때와 거기서 첫발 떼는 것만 조심하면 그 이후 구간은 쉽다. 


▲ 새 자일로 올해의 첫 멀티피치 등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마무리하고...


▲ 노적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언제나 일품이다.


▲ 봄을 좀 더 느껴보기 위해서 하산길은 일부러 멀게 잡았다.


▲ 진달래 능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꽃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