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경전철 종점에서부터 도봉산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침 9시에 걷기를 시작해서 우이능선을 타고 올라 전망 좋은 원통사 앞마당에서 잠시 쉰다. 우이암 주변의 바위 군상들을 병풍처럼 거느리고 있는 원통사의 앞마당은 축대 공사를 말끔히 끝내고 등산객들에게 훌륭한 전망대와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 우이암의 등반루트를 코밑에서 구경한 후 도봉주릉에 올라선다. 오봉은 선명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지만,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일대의 봉우리들은 아직 구름에 갇혀 있다. 어제부터 내린 봄비가 새벽녘에야 그친 까닭이다. 주능선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발길은 환하게 빛나고 있는 오봉으로 향한다.
오봉샘 아래의 양지바른 공터에서 점심시간을 갖는다. 오트밀을 숭늉처럼 우려 마시니 여간 구수한 게 아니다. 지난 팔공산 종주 산행 때 허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요령이다. 점심 후에는 소화를 위해 더욱 천천히 걸어서 오봉 정상에 닿는다. 주말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오봉을 여러 각도에서 찬찬히 구경하면서 여성봉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따라서 만만디 산행을 이어간다. 여성봉 정상에서 화사한 햇볕을 받으며 쉬고 있는 산객들 모습이 한가롭다. 그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음울한 분위기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하산길로 더없이 좋은 흙길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서 울대습지를 구경하고 송추분소를 통과하는 것으로 일단 산길을 벗어난다. 아직 오후 3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이라서 산에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계곡 옆에 자리잡은 어느 한식당 사장님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라는 말씀과 함께 등산객들에게 인삼차와 인삼 한 뿌리를 통째로 대접해 주신다. 나도 감사하게 넙죽 받아서 인삼을 씹어서 먹는데 절로 건강해질 듯한 그 맛이 일품이다. 인삼의 활기찬 기운 때문인지 이대로 산행을 끝내기가 아쉽다. 그래서 오후 3시 경에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산길을 통해서 사패능선을 넘어 가기로 한다. 피곤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유순한 등산로를 따라서 사패능선을 넘고 회룡사를 거쳐 회룡역 앞에서 버스에 올라타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아홉 시간을 걸었는데도 별다른 피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강건해야 한다.
▲ 여성봉 정상에서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는 산객들은 바이러스 정도는 거뜬히 이겨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원통사는 우이암 아래의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다.
▲ 최근 축대 공사를 마무리한 듯한 원통사 앞마당은 등산객들에게 훌륭한 쉼터이자 전망대 노릇을 한다.
▲ 원통사 입구의 느티나무 위로 파란 하늘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 도봉주릉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조망. 오봉은 선명하지만 사진 우측의 신선대와 자운봉 일대 정상부는 아직 구름 속이다.
▲ 도봉주릉의 솔숲길을 통과할 때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 도봉산 속에 오래 머물고 싶어서 오봉으로 향한다.
▲ 오봉샘 위의 능선에서 바라보는 오봉이 제일 선명하다.
▲ 연무 쌓인 대기 속으로 우이령 고갯길과 상장능선 너머의 북한산 정상부가 한눈에 보인다.
▲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오봉을 구경하는 순간은 눈이 한없이 즐겁다.
▲ 친구와 사진찍기 놀이를 해보지만....
▲ 오봉 정상인 제1봉에서 바라본 도봉산 정상부.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 여성봉으로 내려가는 송추남능선에서 바라본 오봉. 여기서는 제3봉 위의 바위가 거북이처럼 보인다.
▲ 여성봉 정상은 우측으로 돌아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 여성봉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저멀리 상장능선 너머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실루엣이 보인다.
▲ 맨 좌측 봉우리가 사패산 정상이고, 사패능선의 오목한 부분이 하산 후 송추에서 회룡사로 넘어 갔던 고갯마루이다.
▲ 송추분소로 하산하는 산길은 걷기 좋은 흙길이다.
▲ 송추분소 하산 직전에 자리한 울대습지 자연관찰로. 과거엔 농사짓던 논이었다고 한다.
▲ 일단 오봉탐방안내소를 통과해서 산을 벗어난다.
▲ 인삼 한 뿌리를 얻어 먹은 식당 옆의 카페 조형물이 예뻐서...
▲ 송추계곡 옆에 자리한 자연학습원의 간판인데, 오봉의 축소 모형 위에 올려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 우렁차게 흘러 내리는 송추계곡은 하루 전 내린 비 때문에 수량이 풍부하다.
▲ 송추폭포 갈림길에서 사패능선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 단풍 곱던 어느 가을날 송추폭포에서 내려오는 이 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 송추폭포와 사패능선의 갈림길인 삼거리에 있는 송추샘.
▲ 송추계곡에서 올라와 도착한 사패능선 고갯마루.
▲ 이제 의정부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회룡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 언제 봐도 정갈한 절집의 모습을 간직한 회룡사가 나타나면 산길은 끝나고 콘크리트 도로가 시작된다.
▲ 회룡사 옆을 흐르는 계곡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포와 협곡이 이어지는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느림보 산행 모드로 걸었던 궤적을 송추분소 앞의 산행안내도 위에 빨간 점선으로 표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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