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가산-팔공산 마루금 산행 - 첫째날(2020년 2월 13일, 목요일)

빌레이 2020. 2. 16. 19:27

이번 겨울철엔 산행다운 산행을 거의 하지 못했다. 주말엔 대체로 빙벽등반이나 실내 암장에서의 클라이밍 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지난 수 년 동안 해오던 나의 겨울 산행 패턴이 변한 것이다. 굳이 눈쌓인 겨울산이 아니더라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목들이 지키고 있는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걷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스타일이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빙벽시즌이 예년보다 일찍 끝났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일본 야쯔가다케 원정 등반도 취소 되었다. 약간의 답답하고 허탈한 마음을 보상받고 싶었다. 불현듯 대구의 가팔환초 종주길이 생각나 허긍열 선생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허선생님도 흔쾌히 화답해줘서 2박 3일 일정의 산행이 잡혔다.


목요일 새벽 5시 반 즈음에 집을 나와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반 경이었다. 운 좋게도 장선생님의 비번 날이어서 허선생님 부부가 역 앞으로 픽업을 나와주셨다. 우리 셋을 태운 자동차는 곧바로 대구시계를 넘어서 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로 향했다. 마을 삼거리에 주차하고 여릿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서 올라갔다. 가산을 종주한 후에 한티재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 위한 포석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통의 가팔환초 종주길은 계정사에서 출발하는데, 주능선을 잇는 마루금 산행이라는 취지에서 보면 여릿재를 출발점으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 허선생의 의견이다. 알프스 뿐만 아니라 팔공산 권역도 세세히 꿰뚫고 있는 허선생님은 이번 산행을 위한 최고의 산악가이드이기에 더이상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걷는 나그네의 발걸음처럼 우리의 산행은 3일 내내 여유로웠다. 첫날은 여릿재에서 산길에 들어선 후 가산바위, 가산 정상, 치키봉, 부계봉을 찍고 한티재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버스를 타고 아침에 출발했던 남원리 마을로 돌아와 근처의 모텔에서 숙박했다. 모텔 이름은 불어로 산을 뜻하는 '몽(Mont)'으로 시작되어 인상적이었다. 미나리 마을로 유명한 남원리에서 하산주를 곁들인 삼겹살 파티의 주연은 단연 부드러운 식감의 밭미나리였다. 우리 테이블 옆에서 마을 작목반 회원들의 회의를 엿듣는 재미도 있었다.  


▲ 가산산성길을 걷는 동안 날씨가 맑아져서 시원한 조망이 트이니 산행이 한층 더 즐거웠다. 


▲ 남원리 마을 삼거리에 주차하고 여릿재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서 올랐다.


▲ 여릿재 고갯마루에는 팔각정과 표지석이 있는 소공원이 있다. 


▲ 여릿재에서 가산바위를 향해 마루금 산행을 시작한다.


▲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산길이 뚜렷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 가산의 등산로는 거의 흙길로 된 오솔길이어서 걷기에 편안하다.


▲ 서두를 것 없이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는 산길은 전혀 힘들지 않아서 좋다.


▲ 가산산성 성벽 위로 올라섰으나 안개구름이 자욱하여 시야는 없다.


▲ 구름 속을 걷는 기분으로 성벽길을 걷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 가산산성의 성벽길만 한바퀴 돌아도 아주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 최근에 새롭게 재건된 성벽 구간도 있다.


▲ 안개구름이 없었다면 더없이 좋은 조망터라는 가산바위가 눈앞에 나타난다.


▲ 가산바위 아래의 안내판이다.


▲ 계단을 오르면 널찍한 가산바위 정상이다.


▲ 모 TV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가산바위 정상은 아주 넓은 바위마당이다. 


▲ 가산바위 정상은 점심장소와 비박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 가산바위를 뒤로하고 가산 정상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 우리가 걷는 구간이 팔공산 둘레길의 한 부분에 속하는 모양이다.


▲ 잔설이 남아 있는 봄길을 걷는 기분이다.


▲ 복수초가 군락을 이룬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 쭉 뻗은 낙엽송 군락지를 통과하고...


▲ 조그만 성문도 지나서...


▲ 성문을 통과할 때는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다.


▲ 가산 정상석의 필체가 예술적이다.


▲ 다시 성벽길에 올라서 한티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 동문 방향으로 가다가 한티재로 갈라진다.


▲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조짐이 보인다.


▲ 성벽이 점점 더 멀리 보이기 시작하고...


▲ 드디어 파란 하늘이 열렸다.^^


▲ 우리가 지나온 가산산성길이 드러나고...


▲ 무너져 내리는 성벽을 보수하고 있는 듯...


▲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를 지나는 중...


▲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를 뒤돌아 보니...


▲ 치키봉 정상.


▲ 곳곳에 시그널과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 이제 하늘은 완전히 열렸다.


▲ 부계봉에서 갈라지는 능선은 칠곡군과 군위군의 경계라고 한다.


▲ 조망 좋은 테라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나오면 한티재가 멀지 않다.


▲ 한티재로 내려서기 직전의 솔숲.


▲ 한티재 정상에서 맞은편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가팔환초 종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