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가산-팔공산 마루금 산행 - 셋째날(2020년 2월 15일, 토요일)

빌레이 2020. 2. 16. 19:52

동화사 시설지구의 숙소 앞 편의점에서 커피와 빵으로 조식을 해결한다. 토요일이라 장선생님이 다시 합류하여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의 오솔길을 따라서 어제 하산했던 염불봉 안부를 향해 오른다. 추억이 서려있는 염불암 근처의 무인산장에 들러 잠시 쉰 후, 주능선에 올라서서 병풍바위가 코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산악인 황기용 씨의 추모비 앞에 선다. 유난히 허선생님을 잘 따랐다는 그에 관한 과거를 잠시 회상해본다.


팔공산 주능선 좌우로 뻗어내린 지능선들에 얽힌 허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간간히 서린 나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재미와 함께 신령재, 삿갓봉, 능성재를 거쳐 갓바위에 도착한다. 팔공산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답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관봉 아래의 갓바위에서 환성산으로 이어지는 가팔환초 종주길을 굽어본다. 가파른 돌계단길이 이어져 달갑지 않은 하산길을 통해 관암사를 거쳐 버스 종점에 이르는 것으로 3일 동안의 행복한 산행을 마감한다.

 

마음 맞는 산친구와 함께 3일 동안 유유자적 산길을 걷던 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구에 갈 때마다 허선생님 부부와 같이 걸었던 팔공산 자락의 산길에 쌓인 추억들이 제법 많다는 걸 알았다. 가산은 처음이라서 신선했고, 팔공산 마루금은 그동안 다녀갔던 추억의 편린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두를 것 없는 느림보 산행 덕분에 전망 좋은 누대는 모두 빼놓지 않았고, 알프스와 팔공산 최고의 산악가이드에게 직접 듣는 설명이 나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 주었다. 이번 산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