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 일주일 가까이 약을 먹었는데 회복이 안 된다. 몸이 무겁다. 토요일인데도 산에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나약해지는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불암산의 산길을 걸어보기로 마음을 정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서울둘레길을 따라서 태릉 방향으로 걷는다. 하계동 언저리에서 능선을 향해 오른다. 평소 자주 쉬던 테라스에서 햇빛 바라기를 하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구름이 간간히 햇볕을 가린다. 다시 몸을 일으켜 헬기장으로 향하는 주능선을 타고 가다가 천보사와 불암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양지바른 불암사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제대로 된 일광욕을 즐긴다. 절집 안마당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백구 두 마리의 모습이 한가롭다.
불암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에 접어든다. 두 번째 산을 타는 기분이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석천암에서도 팔자 좋은 백구 두 마리는 세상 편하게 낮잠을 즐기는 중이다. 산객들로 북적거리는 정상을 피하여 하산길에 접어든다. 아늑한 아지트에서 점심을 먹고 채석장을 거쳐 서울둘레길에 합류한다. 당고개역으로 내려와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산행 중에도 경량다운 자켓을 벗지 않을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산길을 5시간 정도 꾸준히 걷고나니 감기 중인 내몸에 활력이 깃드는 듯한 기분이다. 감기약보다는 등산이 더 좋은 치료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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