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름 더위가 견딜만 하다 했더니 초가을의 태풍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간밤에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갔다. 예상보다는 빠른 이동 속도를 보였다고 한다. 남부 지방에 폭우를 뿌리고 6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남겼다. 수확기에 접어든 농작물은 가을비가 가장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특히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머금고 마지막 몸짓을 불려야 할 알곡들과 열매들에게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은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폭우와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힘을 내어 일상으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울 경기 지방엔 이번 태풍으로 인해 별다른 피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다.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비는 내리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의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 집 뒤의 둘레길을 걸어본다. 시야가 그 어느 때보다 거침이 없다. 맞은편 불암산과 수락산을 잇는 산줄기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화계사 주변의 이끼 가득한 계곡의 신선함을 만끽한 후에 둘레길을 빠져나와 수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불암산으로 향한다. 불암산 산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 겨울에 자주 찾던 학도암 인근의 널찍한 테라스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시가지와 한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쉬어간다. 구름 사이로 가끔 열리는 선명한 청색의 하늘 빛깔이 곱다. 정상 동편의 바윗턱 아래에 멋지게 자라고 있던 노송의 가지가 많이 상해 있다. 이번 태풍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바위등을 올라타고 정상에 오르면서 올려다본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개천절을 축하하는 힘찬 몸짓이다. 진영 논리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마음 속에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작금의 현실이다. 자랑스런 우리나라를 위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맡은 바 소명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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