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치악산 원점회귀 산행 : 부곡리-비로봉-곧은재-부곡리 (2019년 11월 9일)

빌레이 2019. 11. 10. 12:41

어스름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했는데도 고속도로는 행락 차량들로 붐빈다. 중부고속도로와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영동고속도로에 합류하여 새말 나들목에서 나와 횡성군 안흥면을 거쳐 강림면의 부곡리에 있는 치악산 탐방안내소에 도착한다. 부곡리에서 천사봉을 거쳐 정상인 비로봉을 찍고 치악산 주릉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곧은재에서 부곡리로 귀환하는 15 킬로미터 남짓의 산행 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치악산 산행코스 중에서 아직까지 미답지역으로 남겨둔 곳이다. 단풍이 한창일 때에 걷고 싶었으나 바쁜 일정 탓에 이제서야 오게 되었다. 울긋불긋 화려하게 치장한 단풍은 사그러들었으나 만추의 치악산 숲속에서 노랗게 물든 낙엽송이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부곡리에서 큰무레골 탐방로로 들어서서 비로봉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천사봉까지는 꾸준한 오르막 길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날 때마다 노랗게 물든 숲이 햇살을 흠뻑 받아서 밝게 빛나는 바람에 주변이 온통 환해지고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비로봉 정상의 조망은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이 없다. 정상의 바윗턱에 기대 앉아서 옅은 운해와 함께 펼쳐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점심 도시락을 까먹는 기분은 뭐라 형언하기 힘들다. 드넓은 정상 데크는 산객들로 붐빈다. 비로봉 1288미터가 새겨진 정상석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려면 한참동안 기다려야 한다. 여러 차례 와본 곳이라서 인증사진은 생략한다. 비로()는 비로자나()의 준말이라고 한다. 몸의 빛, 지혜의 빛이 법계에 두루 비치어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을 일컫는 말'이라는 설명이 인터넷에 나와 있다. 오대산과 금강산의 정상도 이곳 치악산과 같은 비로봉이다.


비로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남대봉에 이르는 치악산 주릉은 10 킬로미터가 넘는 장쾌한 능선이다. 비로봉 정상에서 상원사 방향의 이정표를 보고 5킬로미터 정도를 진행하면 곧은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측의 부곡리 방향으로 다시 5킬로미터 남짓을 걸어내려 가면 산행 출발지점에 도착한다. 하루의 트레킹 코스로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산길이다. 모든 구간이 걷기 좋은 오솔길이고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다. 7시간 정도가 소요된 오늘의 산행은 처음 밟아본 루트라는 설레임과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안흥면소재지에서 먹은 올갱이해장국의 맛도 일품이었다. 유명한 안흥찐빵도 한 박스 사올 수 있으니 이 또한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