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예보에 비는 없었다. 인수봉 등반을 위해 약속 장소인 수유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슬비가 내린다. 8시에 택시를 타고 도선사 앞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멈추지 않는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클라이머들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우리팀도 찻집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일정을 조율해 본다. 옆 테이블의 젊은 친구들은 등반지를 변경해서 간현암으로 간다고 하는 얘기가 들린다. 적은 양이지만 잔뜩 흐린 하늘에 흩날리는 안개비를 보면서 아쉽지만 인수봉 등반은 접기로 한다. 자일과 캠까지 모두 챙겨온 배낭의 무게감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마음과 힘이 닿는 데까지 산길을 걸어보기로 마음 먹는다.
하루재로 올라가는 등로를 따라가다가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우이동부터는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도봉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조선 10대 왕인 폭군 연산군묘 앞에 있는 수령 8백년 이상의 방학동 은행나무 주위를 한바퀴 돌고 세종대왕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 묘역을 지나서 무수골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무수골 마을의 허브농장에서 잠시 가을꽃을 구경하고 차 대접도 받는다. 도봉산에 자주 올랐어도 그 앞을 지나치기만 했던 도봉사와 능원사 경내를 구경하는 여유도 부리면서 하산하는 산객들로 왁자지껄한 도봉산 입구의 인파 속에 끼어 두부부침과 보쌈을 곁들인 막걸리 한잔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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