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수락산 피서 산행 - 2019년 8월 10일

빌레이 2019. 8. 11. 14:34

암벽등반을 하던 중 8년 전에 바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진 적이 있다. 복합골절이어서 큰 수술을 받았던 그 발목에 관절염이 생겼다. 올해 초부터 조금 오래 걸으면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어제의 정형외과병원 진단 결과는 외상 후 발생하는 발목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라고 한다. 수술 당시의 의사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그래도 막상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있으니 가능하면 늦은 나이에 하라는 의사선생님의 권고도 있었다. 우선은 통증을 완화시켜줄 약과 물리치료를 처방 받았다. 앞으로는 산길을 오래 걷는 것은 자제해야 하고 오르고 싶은 암벽에도 뜻대로 붙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답답한 심정이다. 지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 빨리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헤쳐나가자는 다짐을 해볼 뿐이다. 


발목에 대한 걱정 탓인지 피서철인데도 남들처럼 물놀이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발목 통증 때문에 움츠러드는 마음을 다스려보기 위하여 주말산행지로 수락산을 천천히 올라보기로 한다. 무더위 속에서는 빨리 걸을 수도 없으니 오히려 잘 됐다. 평소보다 천천히 걷고 자주 쉬는 것으로 피서 산행을 즐겨보기로 한다. 당고개역에서 학림사 우측의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만난 테라스에서 시원한 산바람을 만난다. 소나무 그늘 밑의 너럭바위 위에 돗자리를 깔고 눕는다. 이곳이 마을 느티나무 밑의 시원한 정자인양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들으며 짧은 오수를 즐긴다. 다시 발길을 옮겨서 도솔봉 아래의 탱크바위가 굽어보이는 전망바위 부근의 쉼터에서 산들바람 속에 점심도시락을 까먹는다.


처음 생각한 루트는 수락주릉을 타고 종주한 후 석림사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탁족하는 것이었다. 수락주릉 초입에 들어서서 마음을 바꾼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발 담그고 놀던 기억이 떠올라 순화궁고개 인근의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불암산에서 덕릉고개를 지나서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거꾸로 타고 내려가는 익숙한 길이다. 길가에 피어 있는 노란색 나리꽃이 몇 그루 보인다. 수암사 갈림길 부근에서는 보기드문 망태버섯도 만난다.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는 능선길을 내려서서 순화궁고개 옆으로 흘러가는 계곡물을 맞이한다. 계곡에 발 담그고 더위를 식혀본다. 깊지 않은 물이지만 적당히 차가운 계곡물에 발목을 담그고 있으니 발목 통증이 사라지는 듯하다. 발목관절염도 내몸에 찾아온 손님이려니 생각하면서 편하게 잘 지내보려고 마음 먹는다. 골짜기를 따라 불어주는 시원한 산바람과 아픈 발목을 감싸주는 치유의 계곡물이 있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지금의 내 처지가 충분히 감사하고도 남을 복스러운 환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수락산 순화궁고개 인근의 계곡물이 시작되는 곳이다.

얕은 물이지만 암반수가 흘러내려서 피서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 학림사 우측 능선길로 오르다가 만나는 테라스 뒤의 나무그늘에서 달콤한 오수를 즐겼다.


▲ 도솔봉 아래의 전망바위에서는 수락주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뉴질랜드 출장 중에 구입한 햇빛가리개가 장착된 모자를 개시한 날이다.^^


▲ 탱크바위가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바람이 시원했다.


▲ 덕릉고개로 이어지는 하산길에는 노랑 나리꽃이 몇 그루 보였다.


▲ 수암사 갈림길에서 만난 망태버섯. 조금 말라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 오늘의 탁족은 내 아픈 발목을 어느 정도 치료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