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1주년 기념 여수 모임과 금오도 비렁길 1, 2 코스 트레킹 (2018년 11월 9일~10일)

빌레이 2018. 11. 11. 11:32

2017년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12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엊그제 같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1년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른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1주년 기념 모임을 여수에서 가졌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히말라야의 품속에서 동고동락 했던 멤버들이 이제는 어느덧 살갑고 정다운 사이가 되었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1년이란 세월은 그다지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작년 송년회를 시작으로 올해 1월의 치악산 눈꽃 산행, 5월의 곰배령 야생화 트레킹, 8월의 일본 다테야마 종주 산행이 이어졌다. 계절마다 모여서 산길을 함께 걸었고, 간간히 번개 모임도 갖는 등 서로에게 더욱 친숙한 사이가 된 것이다.


염사장님과 이상무님께서 잘 준비해주신 덕택에 이번 여수 모임도 알찬 시간의 연속이었다. 여수는 염사장님의 고향이기도 해서 더욱 각별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의 극심한 교통체증 탓에 비행기를 놓치게 되어 정작 염사장님은 모임에 참석하지 못 하셨다. 모두가 아쉬워 한 대목이다. 이사장님과 사모님은 모임 3일 전에 캠핑카로 서울을 출발하여 공주, 부여, 전주, 순천 등의 유명 관광지를 찍으면서 남하하시는 낭만적인 여정을 통해 여수에서 일행들과 도킹함으로써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상무님, 안사장님, 뷰티박님, 박사장님, 나, 이렇게 5명은 안사장님께서 예매를 잘 해주신 덕택에 KTX를 함께 타고 편안하게 여수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테야마 트레킹을 함께 다녀온 후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강여사님이 새로운 멤버가 되어 부산에서 여수로 달려와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하셨다.     


여수 시내의 유명 한정식집에서 8명이 함께 모인 금요일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숨가픈 일정이 이어졌다. 객실에서 오동도와 여수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호텔에 여장을 풀기 바쁘게 염사장님과 이상무님의 배려로 이루어진 객실 안에서의 와인파티는 심야의 교동 포장마차촌의 거나한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나서기 위해 토요일 아침 8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될 정도로 조금은 과한 술자리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결과적으로 금오도 트레킹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나와 같이 방을 쓴 안사장님도 과음한 것이 틀림 없었으나 우리 두 사람이 7시에 시작된 호텔 조식의 첫 손님이었을 정도로 거뜬해 보였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음주 실력들이다.


창밖 너머로 바닷물의 출렁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전망 좋은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아침식사는 환상적이었다. '베네치아'라는 호텔 명칭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일출을 보면서 아침을 먹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밝고 환하게 빛날 것이란 희망찬 마음이 떠오르는 해와 함께 솟구치는 듯했다. 돌산도의 신기항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의 여천항을 통해 입도하여 버스를 타고 함구미마을부터 직동마을까지 이어진 비렁길 1,2 구간을 함께 걷는 동안 크나큰 행복감을 만끽했다. "벼랑길"의 사투리라는 비렁길 코스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지난 여름의 아일랜드 출장길에서 발견했던 더블린 외곽의 '클리프워크(Cliff Walk)'를 생각나게 하는 비렁길은 예상을 뛰어넘는 풍광을 간직하고 있었다. 글레이스톤스에서 브레이까지 이어진 클리프워크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속에 해안 절벽 위를 걸어가는 장쾌함은 있었으나 비렁길에 비하면 단조로운 풍경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숲길과 마을길, 절벽길과 산길, 부드러운 곡선의 흙길이 변화무쌍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비렁길의 오솔길은 눈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언제든 시간나면 다시 찾아와 천천히 걸으면서 깊은 사색에 잠기고 싶은 비렁길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 비렁길 2구간은 우리 팀만 오붓하게 모여서 걸을 수 있었다. 굴등마을 뒤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가면 촛대바위가 나온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말미의 지누단다에서 시와이 구간의 마을길이 연상된다. 


▲ 호텔에서의 아침식사 중간에 일출을 보았다. 안사장님이 식사 중간에 뛰어나가서 촬영 중이다.


▲ 신기항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 위에서 바라본 화태대교. 2015년 12월에 개통되었다고... 


▲ 비렁길이 유명세를 탄 모양으로... 여객선터미널 명칭도...


▲ 금오도에 도착하니 남해 청정해역이 실감되고...


▲ 금오도 여천항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함구미마을부터 비렁길 트레킹을 시작한다.


▲ 함구미마을의 비렁길 안내도. 보통 지도와 달리 위쪽이 남쪽이다.

비렁길은 전반적으로 남서향의 온화한 기운을 받고 있으니 겨울철에 걸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 함구미마을 뒤쪽에서 비렁길 트레킹 출발... 유자나무에서 남국의 따스함이 전해진다. 


▲ 비렁길 1코스 초반부는 두 사람이 대화하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인 넓이...


▲ 부드러운 흙길 옆으로 사철 푸르른 대나무숲도 보이고... 


▲ 바다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항상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 미역널방... 절벽 위의 전망대... 절벽의 높이가 90미터에 이른다는...


▲ 비렁길 1코스에서 처음으로 해안 절벽미를 만끽할 수 있는 미역널방에서 내려다본 풍광.


▲ 비렁길에 깃들어 있을 섬 사람들의 애환이 잘 표현된 시라는 생각...


▲ 절벽 옆으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다.


▲ 미역널방 전망대의 절벽미는 가히 일품이다.


▲ 남해 바다의 물빛은 다분히 이국적이다. 지중해 어느 한 귀퉁이 같다는... 


▲ 미역널방 절벽을 등반하고 싶다는 클라이머로서의 본능이 꿈틀댄다.


▲ 금오도는 산도 좋다. 절벽 밑에 오두막 짓고 클라이밍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망상을 갖게 한 곳이다.


▲ 마음이 편안해지는 흙길 위를 걷다보면 클라이밍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걷는 것 자체가 행복이 된다.


▲ 누가 봐도 명당임을 부인할 수 없는 묘지도 있고...


▲ 벌써 꽃망울을 터트린 동백꽃을 보면서... 마음은 겨울 너머의 새로운 봄을 기대한다. 


▲ 봄산행 느낌에 젖어 있을 때... 지금 계절은 봄이 아닌 가을임을 일깨워주는 억새군락지...


▲ 트레킹 시작점인 함구미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화태대교의 주탑도 아스라히 보인다.


▲ 양지바른 돌담길도 예쁘고...


▲ 예전엔 농부들이 오가던 고된 길이었을 비렁길을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오늘 트레킹의 선두는 뉴페이스... 강여사님.^^


▲ 햇빛이 따갑다고 느껴질 즈음에 시원한 숲길이 반겨준다.


▲ 오히려 천천히 걷고 싶은 숲길 구간이다.


▲ 전재적소에 비렁길 이정표는 잘 설치되어 있으나... 디자인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 편백나무 숲을 만나면 왠지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 편백나무 군락지를 걸으면서 미세먼지를 씻어줄 음이온과 산소가 풍부할 것이란 믿음이...


▲ 나무넝쿨이 동굴을 이루는 구간을 이상무님이 통과하고 있다.


▲ 비렁길 1코스 말미의 전망 포인트인 신선대.


▲ 이상무님과 강여사님이 신선대에 접어들면서 명랑한 포즈를 취하고 ...


▲ 신선대는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점심 먹기 좋은 장소... 우리는 두포마을에 도착해서 먹기로 하고...


▲ 신선대에서 두포마을로 향하는 구간도 내가 좋아하는 오솔길이다. 


▲ 고레파니에서 츄일레로 가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구간이 연상 되었던 길이다.


▲ 이런 오솔길이라면 하루종일 걷고 있어도 피곤치 않을 듯하다.


▲ 두포마을의 방풍나물밭 너머로 비렁길 2코스가 이어질 것이다.


▲ 두포마을의 가게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대신하고...


▲ 비렁길 1코스 종착지인 두포마을로 들어서면서...

만물박사이신 이상무님의 설명을 듣자면... 끝없는 알쓸신잡...^^


▲ 점심 후에 비렁길 2코스 트레킹에 나선다. 

다른 팀들은 모두 두포마을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듯하고, 우리만의 오붓한 트레킹이 시작된다.


▲ 우리가 걸어온 비렁길 1코스를 품고 있는 매봉산(대부산, 382m)이 맞은편에 보인다.


▲ 다른 사람들이 섞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편안한 우리만의 산책길이다.


▲ 가끔 시야가 열리는 곳에선 바다도 바라보면서...


▲ 카페 하나 차리고 싶은 굴등전망대에서...


▲ 굴등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오늘의 종착지 직포마을이...


▲ 굴등마을 뒤로 이어진 비렁길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구간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강여사님, 이상무님, 뷰티박님, 안사장님, 박사장님, 사모님, 이사장님 순서.


▲ 잠시 오르막길을 걸으면... 촛대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 남향의 비렁길 숲은 육지와는 다른 식생을 보여주는 듯...


▲ 고독한 리더... 강여사님이 촛대바위 밑을 앞서가고 계신다.


▲ 촛대바위를 다른 방향에서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클라이밍 루트를 개발하고 싶은 멋진 바위라는 생각이... 


▲ 비렁길 2코스 종착지인 직동마을의 멋진 소나무. 


▲ 조망이 좋다는 비렁길 3코스는 다음을 기약하고... 직동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여천마을의 항구로 이동한다.


▲ 다시 배를 타고 신기항으로 돌아와서...


▲ 일행 모두를 만족시킨 일품 전복죽 요리를 선보였던 식당에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