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 육모정고개-영봉-백운산장-숨은벽-사기막골 (2018년 9월 15일)

빌레이 2018. 9. 16. 19:30

아직은 허리 통증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무거운 암벽등반 장비를 둘러메고 긴 어프로치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바위에 붙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발길 닿는 대로 산길을 걸어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비교적 한적한 육모정 고개로 향하는 등로를 택한다. 예전과 달리 용덕사에 들러 다시 등산로에 접어들 수 있게 울타리를 터 놓았다. 쉬엄쉬엄 걸어서 상장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반겨준다. 인수봉에 개미처럼 붙어 있는 클라이머들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영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백운산장 위에서 다시금 인수봉 남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숨은벽 옆의 냉골로 넘어간다. 숨은벽 릿지길의 출발점인 대슬랩 아래의 능선 위에서 또 한참을 쉬어간다. 등반을 마치고 서면 벽으로 하강하는 클라이머들의 실루엣이 이채롭다. 천천히 숲길을 걸어서 둘레길인 사기막골 삼거리를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나온다. 아침 9시에 산을 타기 시작하여 근 8시간 동안 산속을 거닐었다. 잘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이지만 주말을 산과 함께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 새로 바꾼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시험해봤다. 아웃포커스 기능이 추가되어 이제는 접사렌즈를 흉내낸 들꽃 사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