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우이동-원통사-우이암-오봉샘-송추폭포-송추주차장-산너미길-안골 (2018년 12월 22일)

빌레이 2018. 12. 23. 05:54

산길을 오래 걸으면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요즘 겨울 날씨는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미라고 한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 가득하다는 말이다. 강추위와 미세먼지 탓을 하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다보면 몸은 한없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래저래 바쁜 연말을 보내느라 심신이 많이 지쳤다. 토요일 산행을 안한지 오래 됐다는 생각에서 지난 주에는 국수역에서 청계산의 형제봉에 오른 후 부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서 양수역까지 예닐곱 시간을 천천히 걸었다. 그 트레킹 이후로 서서히 몸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아직은 완전치 않은 컨디션이지만 토요산행을 꾸준히 이어가기로 한다. 경전철 종점인 우이동에서 도봉산 방향으로 길을 잡고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한다. 


우이남능선을 따라서 원통사에 이르는 길은 익숙하고 편안한 길이다. 원통사 삼거리에서 갈라져 매바위 능선을 타면서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내리는 릿지산행을 즐겼던 코스를 산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놓은 것이 아쉽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보호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무작정 산길을 막아 놓고 금지구역을 감시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인 것 같다. 정말 근시안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작태라는 생각이다. 축대 공사가 한창인 원통사를 통과해 우이암 옆으로 난 등로를 따라서 도봉주릉에 오른다. 능선길에 올라서니 시내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찬바람을 피해서 오봉으로 향하는 오솔길에 들어서니 전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오봉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오봉과 칼바위를 잇는 능선길을 따르다가 송추폭포로 하산하는 길로 접어든다.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 편안하고 산객들도 거의 없어서 고요한 산행이다.


송추주차장까지 내려와서 시계를 본다. 오후 2시 반이 조금 지났다. 아직은 더 걸을 수 있을 듯하여 아직 가보지 않은 사패산으로 향하는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사패산터널까지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북한산둘레길 13구간에 해당되는 이 길은 '송추마을길'이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이 심하고 사패산은 생각보다 멀리 보인다. 하지만 눈이 제일 게으르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차분히 걷다보니 어느새 소음 없는 산길이 나타난다. 북한산둘레길 14구간에 속하는 '산너미길'은 원각사 입구부터 안골계곡까지 이어지는 조용한 오솔길이다. 사패산 정상부의 암봉을 우측에 두고 낮은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이 산너미길은 여러모로 내 마음에 쏙 드는 길이다. 안골계곡을 빠져나와 큰길의 버스정류장에서 수유역으로 가는 133번 버스를 타고 서울로 귀환한다. 도봉산과 둘레길을 8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오랜만에 종아리가 뻐근해져온다. 가슴 뿌듯한 피곤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