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역류하지도 않는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덥다는 올여름도 서서히 그 기세가 꺽이는 듯하다. 나흘 전이 절기로는 입추였다. 여전히 한낮에는 35도를 웃도는 혹서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섭씨 40도의 더위를 경험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열대야 속에서도 간밤엔 최근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가동시키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새벽에 아파트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했다. 아침 일찍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서 산으로 향했다. 협곡을 이루어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범골 약수터 아래의 쉼터에서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망중한을 즐기는 시간이 한없이 소중했다.
칼바위 능선에 올라서서도 이전과는 다른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시야를 즐기는 눈맛도 일품이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잡기 위해 전문사진가들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북한산성주릉에 올라서서 대동문을 거쳐 수유리 4·19민주묘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구천폭포 위의 계곡물에서 잠시 탁족을 즐길 수 있었지만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아쉽다. 민주묘지 부근의 음식점에서 냉모밀을 먹고 태양의 열기가 한참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간에도 간간히 시원함이 느껴지는 우이동의 솔밭공원을 산책한다. 서서히 수그러드는 무더위의 기세를 느끼며 시원한 가을날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하루였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육모정고개-영봉-백운산장-숨은벽-사기막골 (2018년 9월 15일) (0) | 2018.09.16 |
---|---|
궁예능선으로 오른 포천 운악산 - 2018년 8월 15일 (0) | 2018.08.15 |
시야 좋은 여름날의 도봉산 산행 - 2018년 7월 7일 (0) | 2018.07.08 |
회암사지-천보산-칠봉산 왕복 산행 (2018년 6월 30일) (0) | 2018.06.30 |
안면도 해변길 - 2018년 6월 16일 (0) | 2018.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