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치악산 눈꽃 산행 - 2018년 1월 13일

빌레이 2018. 1. 14. 11:57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주간이었다. 금요일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 정점을 찍었다. 근 열흘간 이어진 최강 한파는 다행히 치악산 눈꽃 산행이 예정된 토요일에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그간의 강추위에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영하 5도의 바깥 공기가 훈풍처럼 느껴진다. 이사장님, 안사장님, 염사장님이 차례로 내차에 동승하신 후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초월 교차로에서 제2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첫 번째로 나타난 휴게소에서 이상무님과 뷰티박님이 합류하신다. 지난 연말 종로에서의 훈훈했던 만남 이후로 쌓인 그리움이 컸던 만큼 일행들 모두는 서로가 한층 더 반가운 기색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같이 했던 우연한 기회가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이상무님의 눈꽃 산행 제의에 시간이 허락된 분들이 흔쾌히 응하셨다. 치악산에서 겨울 산행을 즐겨보기로 약속한 것이다. 세부 산행 계획을 맡은 내가 1288 미터 높이의 비로봉 정상에 오르는 최단 경로인 황골을 출발지로 선택했다. 네팔의 산길에서 여러 날을 함께 보냈지만 국내에서의 산행은 처음이란 점과 강추위 속에서 힘겨운 눈산행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다. 남대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비로봉에 이르는 치악산 주릉은 천 미터 이상의 고도에서 10 킬로미터가 넘는 산줄기가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다. 겨울이면 눈이 내리지 않아도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는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는 겨울 산행의 명소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 치악산을 다녀온 내게 남아 있는 기억도 거의 다 눈꽃이 아름다웠던 겨울의 치악이다.

       

서울집을 출발할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황골 탐방안내소에서 입석사를 거쳐 주능선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세차게 날리는 눈발이 아니라 느릿느릿 곱게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면서 산을 오르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눈꽃 산행을 계획했는데 때를 맞추어 눈이 내려준다는 건 하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주능선까지의 등로가 가파르고 험해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푹신한 눈길을 밟으며 오르는 맛이 괜찮다. 그동안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켜켜히 쌓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주능선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눈길의 연속이다. 정상인 비로봉까지 이어진 눈꽃을 감상하면서 심설을 헤치고 오르는 발걸음 속에는 힘들지만 제대로 된 겨울 산행을 즐기고 있다는 만족감이 담겨있다. 일행들은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동계 등산장비를 장착하고 거친 눈길을 헤쳐나가는 경험을 한다며 좋아하신다.  


오랜만에 올라본 비로봉 정상 한켠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기념 사진도 남긴다.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길은 한결 여유롭게 눈꽃으로 가득찬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매서운 겨울 산정의 추위에 손발이 시리고 몸이 떨리는 고통도 잊을만큼 아름다운 눈꽃을 만끽한다. 산호초 가득한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듯 쉬엄쉬엄 걷는다. 그렇게 일행 모두가 안전하게 하산하여 황골 초입의 한식집에서 이사장님이 쏘신 뒷풀이를 즐기는 것으로 국내에서 함께 한 첫 산행을 멋지게 마무리 한다. 잠정적으로는 4월의 어느 봄날에 진달래나 철쭉이 만발한 산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그때엔 이사장님의 사모님이 쾌차하시고 박사장님과 박부장님도 동참하셔서 안나푸르나 산길을 함께 걸었던 멤버가 다시금 온전히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치악산 주릉은 제대로 된 심설 산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에서의 단체 기념사진.


▲ 비로봉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쥐넘이재 전망데크에서...


▲ 비로봉 한 구석에서 강추위와 맞서며 점심을 먹고...


▲ 평소 주말보다 한적했던 비로봉 정상.


▲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에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 구룡사 지구에서 비로봉으로 올라오는 코스...


▲ 주능선 방향으로 비로봉을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 많은 눈은 아니지만 오전에 내린 눈으로 눈산행 기분은 제대로 만끽한다.


▲ 비로봉 아래 안부 갈림길에서 사진찍기 놀이도 하고... 염사장님의 표정과 포즈가 오늘의 포토제닉... 


▲ 아름다운 풍광을 돌아보며 여유롭게 걷는 하산길이다.


▲ 나뭇가지에 눈과 수증기가 얼어붙는 상고대가 이어진다. 


▲ 겨울바람을 피할 수 있는 비닐 쉘터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산님들도 있고... 


▲ 쌓인 눈 때문에 등산로 울타리의 키가 낮아보인다.


▲ 주능선의 상고대는 끝없이 이어진다... 산호초 가득한 바닷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걷는다.


▲ 눈이 많이 쌓인 곳은 그 깊이가 허리께를 넘기도 한다. 


▲ 염사장님은 개구쟁이처럼 눈속에서 익살스런 모습을 연출하시기도...ㅎㅎ.


▲ 이렇듯 평탄하게 눈꽃이 이어지는 산길이라면 몇 시간이고 계속 걷고 싶어진다.


▲ 구름이 하늘을 덮어서 쥐넘이재 전망대에서의 풍광을 즐길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 성남지구에서 비로봉을 거쳐 구룡사지구로 이어지는 치악산 종주코스는 20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이다.


▲ 우리는 입석사를 거쳐서 황골로 하산한다.


▲ 산죽 위에도 깨끗한 하얀 눈이 쌓였다.


▲ 입석사에서 이곳 지능선까지 올라오는 등로가 가장 힘든 된비알이다.


▲ 산사 우측 능선에 입석대가 있는 입석사에 내려서면 그 이후는 도로이다.


▲ 입석사에서 황골탐방안내소까지의 도로는 제설작업이 잘 이루어져 있다.


▲ 개인적으로도 참 오랜만에 치악산에서 겨울 산행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