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포천 백운산 - 2017년 10월 14일

빌레이 2017. 10. 14. 21:13

백운산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흥룡사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중간부터 간간히 눈에 들어오던 고운 빛깔의 단풍이다. 이틀 전에 내린 가을비로 자연의 색채는 한층 더 선명해졌다. 하늘은 쾌청하고 산길은 촉촉히 젖어 있으니 백운산의 신선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정상에 올라서면 한북정맥길이다. 삼각봉과 도마치봉까지 이어지는 정맥길은 그야말로 단풍의 향연이다. 능선길 좌우로 이어지는 단풍나무 군락은 맑은 날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찬란히 빛나는 햇빛을 조명 삼아 반짝이고 있다. 화려한 단풍의 물결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흐른다. 도마치봉에서 흥룡봉 능선으로 하산하던 길 중간의 안부에서 바라본 독립봉 주변의 단풍이 오늘 산행의 백미를 장식한다. 설악의 천불동 계곡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빼어난 암릉미와 절정의 빛깔을 토해내고 있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광이다.


다음 달에 계획하고 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준비로 이번 주말부터는 암벽등반을 접어두고 길게 걷는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고 별 기대 없이 찾았던 포천의 백운산이다. 백운계곡으로 유명한 백운산의 단풍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오래도록 산길을 걷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8 시간 남짓 걸린 짧지 않은 산행에서 어떠한 피로감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가슴 설레이는 풍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바윗길만 찾아다니느라 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한꺼번에 보상 받은 듯한 뿌듯함이 남는다. 처음 걸어본 향적봉과 흥룡봉을 잇는 암릉에서는 육산인 백운산이 숨겨 놓은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하산길과 나란히 뻗어있는 건너편 가리산 봉우리의 오똑한 모습과 깊은 산의 청정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울창한 삼림 또한 인상적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새로 구입한 중등산화와 배낭의 착용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야말로 최고의 백운산 가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