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동생 부부와 함께 오른 북한산 - 2017년 10월 7일

빌레이 2017. 10. 8. 06:54

개천절과 한글날 사이에 추석 명절이 낀 열흘 간의 긴 연휴 기간을 보내고 있다. 추석을 보낸 직후에 동생 가족이 서울로 여행을 왔다. 두 조카들을 위해서는 아들 녀석이 서울 시내 가이드를 맡기로 했다. 동생과 제수씨는 나와 함께 셋이서 북한산을 오르기로 한다. 아내도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사랑니 두 개를 발치한 딸을 간호하기 위해 집에 남기로 했다. 아침 8시 즈음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능선길을 타고 하루재에 오른다. 하루재를 지나서 나타나는 인수봉 위의 하늘은 구름에 덮여 있다. 간밤엔 비가 살짝 뿌렸다. 모처럼 동생 부부와 함께 하는 산행에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럽지만 오후엔 맑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한다.


백운산장으로 향하는 나무계단 위에서 사람들이 낮은 탄성을 지르며 평소와 다른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시야가 트이는 계단 위에서 수락산과 불암산 방향으로 보이는 운해가 장관이다. 주위의 단풍들도 화려하고 깨끗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백운산장 벤치에 앉아서 따뜻한 허브차와 함께 떡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이제 백운대에 오르기로 한다. 암벽등반을 자주 다닌 이후로 좀처럼 오르지 않던 백운대를 동생 부부와 같이 오르는 감회가 남다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멋지다. 북쪽으로는 개성의 송악산 암벽까지 뚜렷히 관측된다. 인수봉과 만경대 일원은 시시각각 움직이는 구름의 조화로 아름다운 북한산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멀리 광주에서 서울의 형집에 놀러운 동생 부부에게 선물 같은 북한산의 풍광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산은 만경대 우회로를 따라서 대동문까지 성벽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빌려 신었던 아들의 오래된 등산화 밑창이 완전히 파손된 탓에 테니스화를 신고 산을 타야만 했던 동생에게는 오랜 시간의 산행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북한산을 밟아볼 순간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므로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산에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그래서 단풍이 고운 숲길을 한참 걸어서 대동문을 지나 칼바위 능선을 타고 집으로 귀환하는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제수씨가 칼바위 정상에서의 확 트인 조망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을 보고 조금 무리한 코스로 안내한 것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 그래도 7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산행에 내리막길에서 동생의 무릎이 아팠던 것에는 약간 미안했다. 동생 내외에게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앞서서 조금 무리한 코스로 길잡이를 했던 것이다. 산행하는 동안 형제 간에 쌓인 공감대와 함께 나눈 속깊은 대화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더없이 행복하고 뿌듯했던 산행이 되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