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다음날의 도봉산 산행이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한여름 도봉의 숲은 더욱 푸르고 풍성해졌다. 계곡의 물소리는 한층 높아지고 하늘은 청명하다. 도봉산 입구에서 냉골을 통해 다락능선에 올라서는 코스를 따른다. 암벽등반에 비해서 워킹 산행은 등반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을 떨칠 수 있으니 우선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적당한 긴장감은 좋은 것이지만 때로는 맘 편하게 산길을 거닐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배낭도 평소보다 가벼우니 심신이 모두 편하다.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내리는 냉골릿지의 중간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다. 시야는 족히 30~40 킬로미터에 이를 듯하다. 팔당댐 부근의 한강 물줄기가 선명하고 그 너머의 용문산과 백운봉 산줄기까지 잘 보인다.
은석암 위의 미륵봉 좌측을 올라서서 심원사에서 올라오는 다락능선을 만난다. 골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등로변 쉼터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포대능선으로 향한다. 선인봉의 바윗길에 붙어있는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웅장한 만장봉과 자운봉이 절경을 이루는 전망대에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을 즐겨본다. 쇠줄을 잡고 올라가는 포대전망대 가는 등로도 오랜만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도봉 주릉의 조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대전망대는 데크로 잘 단장되어 절경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쪽으로 보이는 인수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고 한강 하류의 물줄기 너머 송도의 빌딩숲과 인천 앞바다까지 눈에 들어온다. Y계곡을 통과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주봉 앞에서 오래된 클라이밍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것 또한 즐겁다. 유명한 K크랙을 레이백 자세로 오르는 클라이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제는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시원한 바람을 체감하면서 마당바위를 통해 하산하여 일상으로 돌아온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천 백운산 - 2017년 10월 14일 (0) | 2017.10.14 |
---|---|
동생 부부와 함께 오른 북한산 - 2017년 10월 7일 (0) | 2017.10.08 |
불곡산 산행과 포천인공암벽 연습 - 2017년 7월 1일 (0) | 2017.07.02 |
북한산의 산철쭉 - 2017년 5월 9일 (0) | 2017.05.10 |
오남호수공원-복두산-과라리봉-천마산-관음봉 (2017년 4월 22일) (0) | 2017.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