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닥터 노먼 베쑨>

빌레이 2009. 5. 26. 13:52

우리 집은 평일에 TV를 보지 않습니다.

퇴근할 때 인사 대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모습이 싫어서 우발적으로 만들었던 규칙이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TV를 보지 않은 이후의 긍정적 효과는 매우 많습니다.

 

가족간의 대화 시간도 늘었고, 여러 가지 게임을 통해서 식구들이 함께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집안 식구들의 독서량이 눈에 띠게 늘었습니다.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서로 대화하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닥터 노먼베쑨’이라는 전기입니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최근에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한 세상을 온 몸으로 살다간 휴머니스트 의사인 베쑨의 전기는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단숨에 읽기엔 조금 벅찬 600 페이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부분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최고의 직업 의식을 가지고 환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베쑨의 모습에서

철저한 프로의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의 부끄러운 직업의식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페인 내전과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끔히 정리된 것은 또 하나의 소득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헤밍웨이의 전쟁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는 스페인 내전의 의미라든가 시대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다큐가 아니고 소설이기 때문이지요. 스페인 내전 한 가운데서 세계 최초로 조직적 수혈을 통한 부상병 치료를 가능하게 했던

베쑨의 전기에서는 파시스트 프랑코에 맞서는 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 현대사에서 손문의 삼민주의, 장개석과 모택동의 항일운동 등 그동안 희미했던 부분이 이 전기를 통해서 잘 정리되었습니다. 베쑨은 제국주의 일본 침략군에 맞서는 모택동의 중국군 부대 최 일선에서 의료활동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항일 전쟁 중에 결국 중국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닥터 노먼베쑨’은 우리 몸 속에 왜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불평 불만을 먼저 하게 되는 우리에게 먼저 행동에 옮길 것을 조용히 권고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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