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읽고

빌레이 2009. 5. 26. 09:40

경영학도의 영원한 멘토라는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은 좀 특별하다.

자신을 타고난 구경꾼으로 규정한 드러커는 일생을 통해 자기를 거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술한다.

자신의 얘기가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책으로 쓴 것이지만 자서전이란 제목을 붙였다.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나면 드러커가 어떤 사람일 것이란 것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책은 두껍다. 700 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지만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참 전에 다 읽었지만 독후감을 쓰지 못한 게 마음이 걸릴 정도로 좋은 책이다.

지금 생각나는 느낌은 드러커 같은 지식인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내 마음 속에도 일렁였다는 점이다.

자신의 능력과 위치,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냉철히 판단하고 그로부터 교훈적인 내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세계대전 중에 히틀러 치하를 경험하고 미국에 정착한 지식인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당시의 사회 상을 균형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자신의 할머니와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삶을 차분히 서술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경영 컨설턴트로 GM을 비롯한 미국의 대기업을 평가한 부분도 대단히 흥미롭다.

 

내게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대공항 시절을 바라보는 드러커의 통찰력이다.

경제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힘들면 모든 게 나빠질 것이라고 우리는 쉽게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대공항 시절의 미국 사회를 가감없이 기술한 대목에서 드러커는 새로운 인상을 내게 심어주었다.

권위적인 유럽 사회와 달리 미국 사회는 보다 자유롭고 봉사적이며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다.

이는 적극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으며,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고 국가로 우뚝 서 있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적 가치가 바로 대공항 시절에 완성되었다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대공항 시절의 자기 주변 얘기들을 통해 협동하고 남을 배려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는 미국민들을 우리는 만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역설적 사실을 나는 수긍한다.

경제가 어려워 이혼율이 줄어들고 가족이 다시 뭉친다는 사회적 현상은 분명 긍정적 현상이다.

등산이 힘들어서 나쁜 것은 아니듯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내재되어 있는 긍정적 요소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은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을, 자기 주변의 현상을 균형감 있고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현명한 지식인을 만나고 싶다면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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