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살기 싫다는 생각을 가진 때가 있었다. 군부독재 치하의 젊은 시절은 답답하고 암울했었다. 그 시절 나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에 붙잡힌 몸이 되어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 나라에서 부모형제와 함께 오손도손 살다 가는 것이 순리라고 여기며 살게 된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나는 젊은 시절에 겪었던 답답함을 다시금 느껴야 했다. 하지만 어제 헌재의 역사적인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과거와 같은 유혈사태를 거치지 않고 지극히 평화로운 과정을 통하여 우리 나라의 민주정치가 한층 더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지켜보게 된 것이 기뻤다.
팔당호반에서 천주교 공원묘지를 통과하여 오랜만에 찾은 예봉산 근방의 마루금 산길을 오른다. 가뿐해진 마음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아침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 포인트인 묘지 앞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동쪽 하늘로 올라오는 해를 보면서 대학시절에 많이 불렀던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로 시작하는 노래 <아침이슬>을 저절로 읊조리게 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팔당호수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펼쳐진다. 유유히 흐르는 저 한강의 물줄기처럼 이제는 우리 나라도 온 국민이 화합해서 새로운 민주의 봄을 꽃피우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된다.
승원봉, 견우봉, 직녀봉(예빈산), 율리봉을 차례로 거쳐서 예봉산 정상에 올라선다. 내리막 길에서도 미끄러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산길의 상태에 즐거운 마음이다. 그야말로 포근한 봄날의 평온하고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서 적갑산을 찍고 새재고개에서 다산길 4코스인 큰사랑산길로 접어들어 운길산역까지 걷는다. '큰사랑산길'이라는 명칭도 오늘따라 유난히 각별해 보인다. 우리 모두가 큰 사랑을 마음에 품고 행복 넘치는 파라다이스 같은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세상 만물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에게 따쓰함을 전해주는 봄볕 같은 민주정치가 우리의 것이 되기를 진정으로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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