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걸으며 따뜻한 기운을 받고 싶은 마음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게 상책일 듯하다. 국수역에 주차하고 청계산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예전과 달리 느리고 여유롭다. 마을 뒤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다가 햇살이 좋은 곳에서 쉬어간다. 형제봉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바쁠 것 없이 천천히 올라가니 숨이 가쁘지 않아서 좋다. 드넓은 데크에서 한참 동안 햇빛바라기를 하면서 한껏 게으름을 피워본다.
청계산 정상에서 한강기맥길을 따라 벗고개로 가는 내리막길이 달갑지 않은 눈길이다. 북사면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안부에 내려설 때까지 아이젠을 착용한다. 다시금 이어지는 벗고개 방향으로의 내리막길 또한 여전히 미끄럽다. 길 위에 쌓인 낙엽 밑의 흙이 아직까지 얼어 있는 상태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 것도 애매하여 진행에 애를 먹는다. 별로 즐겁지 않은 산행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 탈출을 결심한다. 벗고개에서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목왕리 버스정류장에서 적절한 시각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양수역에서 하차한다. 대지가 녹아서 새생명이 움트는 완연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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